지난해 '제빵왕 김탁구'란 제목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70 · 80'으로 불리는 복고풍 마케팅이 제빵 부문을 중심으로 바람을 탔다. 파리바게뜨는 이 드라마에서 소개된 빵을 제품화한 '주종봉단팥빵' 등을 출시했으며,삼립식품도 단팥방 크림빵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을 다량 선보였다.

이처럼 베이커리 중심이던 복고풍 마케팅이 최근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70 · 80 마케팅'은 중 · 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층에도 반향을 일으켰던 '세시봉 콘서트'가 시발점이 됐다. 지난 2월 60대 중반의 윤형주 송창식 등이 꾸민 '세시봉 콘서트'가 세간의 화제가 된 뒤 중 · 장년층을 겨냥한 뮤지컬 등 각종 문화공연과 방송 프로그램이 잇따르자 이런 트렌드를 활용한 상품 마케팅도 본격화되고 있다.

오리온이 지난주 내놓은 '참붕어빵'이란 제품이 대표적이다. 겨울철 대표적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을 상품화한 것으로,포장부터 옛 추억을 떠올리게 고안됐다. 1970~1980년대 포장용지로 주로 사용됐던 누른색의 갱지(更紙) 봉투 그림을 겉면에 그려넣었다. CF송(광고 노래)도 '세시봉 열풍'을 주도한 송창식 씨가 맡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겨울철 간식인 붕어빵을 4계절 먹을 수 있도록 현대화했다"며 "케이크 재료로 만든 붕어빵 안에 찹쌀떡 경단과 단팥 크림 등을 넣어 중장년층이 좋아할 만한 찰진 식감을 살렸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오래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출시 연도표기도 잇따르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대표적 장수 제품인 산도 포장지에 'since 1961'을 새겼으며,해태제과는 해방둥이 제품인 연양갱에 '1945'를 표기하고 했다.

술에도 복고풍 마케팅이 등장했다. 보해양조가 지난 3월 선보인 '순희'라는 이름의 막걸리가 대표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순희'는 옛 추억속의 친구 이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며 "막걸리를 주로 마시는 40대 이상 소비층에 친근감을 주기 위해 제품명을 이렇게 정했다"고 밝혔다. '70 · 80 마케팅'이 주효하면서 출시 1개월 만에 100만병 넘게 팔렸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제과업체 관계자는 "중장년층이 다시 최대 소비계층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제품을 고풍스럽게 만들고 출시연도를 표시하는 것은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중 · 장년층들에 쉽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