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의 배후 인물이자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이끌던 오사마 빈 라덴이 1일(현지시간) 사살됐다고 이날 밤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자정 무렵 백악관에서 TV로 생중계한 발표 성명에서 "빈 라덴이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에서 이날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고 교전 도중 사살됐다. 그의 시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바마에 따르면 미 정보 당국은 지난해 8월 빈 라덴의 파키스탄 내 은신처에 관한 믿을 만한 단서를 확보하고 이를 추적해왔다.

지난주에 빈 라덴의 제거 작전을 단행할 충분한 정보가 확보됐다고 판단해 작전 개시를 승인했다고 오바마는 밝혔다.

작전 과정에서 미군의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말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 이후 언론브리핑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승인한 것이 지난달 29일 아침이며 작전은 30일 이른 아침에 개시됐다고 밝혔다.

작전 개시와 함께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빈 라덴 은신처를 목표로 헬리콥터를 이용한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헬기로 미군 특수요원들이 투입돼 지상에서 약 40분간 작전을 펼쳤다고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작전에 투입된 4대의 헬기 가운데 1대가 지상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사상자 발생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작전과정에서 빈 라덴의 아들을 포함, 남성 3명과 여성 1명이 숨졌으며 미군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0년 전인 2001년 9·11테러를 감행해 3000여명의 무고한 인명을 숨지게 한 빈 라덴이 제거된 것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대한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하고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빈 라덴의 제거가 이슬람권을 향한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빈 라덴의 사망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빈 라덴의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미국을 향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의회 지도부에 빈 라덴의 사망 사실에 대해 브리핑했다.

오바마는 9·11 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빈 라덴 추적에 나섰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빈 라덴의 사망 사실을 알렸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에 앞두고 빈 라덴의 사망 사실이 언론을 통해 긴급 보도되자 백악관 정문 앞에는 수백명의 시민이 모여 미국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부르면서 밤늦게까지 "유에스에이(U.S.A)"를 외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빈 라덴의 사망으로 전세계의 미국 공관이 반미 테러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경계령을 내리고 해외를 여행하는 미국인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