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줄리안 워스,마크 워스 형제는 공부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물건 파는 데는 관심이 많았다. 그들이 1997년 만든 것은 패션 잡지 '워스 글로벌 스타일 네트워크(WGSN)'였다. 길거리와 패션쇼를 발로 뛰며 예측한 패션 유행을 담았다. 워스 형제는 100만파운드를 빌려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후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혔고 2005년 WGSN을 1억4000만파운드에 영국 미디어회사 이맵에 팔아넘겼다.

현재 WGSN은 연 4000만파운드의 수입을 내는 영국 최대 패션 트렌드 예측 기업이며 3000개의 법인 및 3만8000명의 개인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법인 회원 중에는 아르마니와 막스앤스펜서 등 패션 브랜드는 물론 월마트도 있다. 이들은 매일 업데이트되는 트렌드를 읽기 위해 매년 1만6500파운드를 지불한다.

트렌드를 예측하는 산업이 뜨고 있다. 소비자의 선호가 다양해지고 사회가 급변하면서 기업 운영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신업태가 부상하고 있는 것.미국 시장조사업체 아웃셀의 척 리처드 부사장은 "트렌드 예측 산업은 세계적으로 360억파운드(64조원)의 신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트렌드 예측 산업이 유행이 자주 변하는 패션에서 두드러지게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고 설명했다.

2008년 설립돼 WGSN의 라이벌로 떠오른 미국 패션 트렌드 예측 회사 '스타일 사이트'는 온라인 구독료를 WGSN보다 저렴한 연간 7500달러로 제시해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프라다와 자라를 포함한 법인 고객이 2500명,개인 고객은 2만5000명에 달한다.

마케팅 트렌드 예측 기업도 있다. 영국의 트렌드워칭닷컴은 120개국에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매달 약 180개국 16만명의 경영 전문가에게 트렌드 보고서를 보내준다. 이달의 주제어는 'F'.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페이스북의 '친구(friends)'와 '팬(fans)',트위터의 '팔로어(followers)' 등 '디지털 주변인'에게 큰 영향을 받는다는 논리다.

텔레그래프는 "온라인을 통한 무료 콘텐츠가 늘고 있지만 기업들은 양질의 정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며 "정보와 온라인 기술이 결합돼 트렌드 예측 산업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과학과 수치가 뒷받침되지 않은 트렌드 예측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패션 분야에서는 몇몇 유명한 '패션 제국'들의 신상품이 전체 트렌드로 오인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