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있는 소주회사 ㈜선양의 조웅래 회장(52)은 거의 매일 계족산으로 간다. 숲속에 가꿔놓은 황톳길을 걷기 위해서다. 1주일에 두 번,임원회의도 여기서 한다. 새벽에 황톳길을 걸으며 임원들과 회의를 하고 산 아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함께한다. 그에게 계족산 황톳길은 건강을 챙기기 위한 헬스장이자 집무실이며 회의실이다.

"2006년 4월 친구와 도시락을 싸서 계족산을 걸었는데 여성 두 분이 하이힐을 신고 와서 고생하더군요. 그래서 신발을 벗어 주고 맨발로 산길을 걸어봤죠.4시간을 그렇게 걸어 보니 잠도 잘 오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이런 즐거움을 누리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조 회장은 이때부터 해발 423m의 계족산 중턱에 둘레길 14㎞를 만들고 황토를 깔았다. 깔아놓은 황토는 비가 오면 쓸려 내려가기 때문에 매년 두 차례 이상 새로 깔아야 한다. 한 번에 까는 황토는 대형 덤프트럭 80대 분량.맨발로 접촉해야 하는 흙이기 때문에 황토를 까다롭게 선택한다. 마사토가 거의 섞이지 않아 점성이 좋고 색깔도 고와야 한다.

오는 13~15일 열리는 '계족산 맨발축제'를 앞두고 황토 900t을 새로 깔았다. 올해 6회째인 맨발축제는 숲속의 황톳길을 맨발로 걷거나 뛰는 행사다. 맨발로 7㎞를 가족 단위로 걷는 행사와 13㎞를 맨발로 뛰는 에코힐링선양마사이마라톤,사생대회,32명의 국내외 설치미술가들이 참여하는 에코힐링국제설치미술제로 진행된다. 매년 5000여명이 축제에 참가하는데 지난해에는 외국인 참가자가 600명을 넘었다. 이 축제의 기획자이자 조직위원장인 조 회장은 축제 홍보를 위해 2일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맨발 걷기 예찬에 바빴다.

"흙길,특히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면 긴장했던 몸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발바닥에 흙이 직접 닿으니 지압효과도 뛰어납니다. 맨발 걷기를 한 후 굳었던 어깨가 유연해졌고 표정도 밝아졌어요. 혈액 순환이 잘되니까 남성 건강에도 아주 좋습니다. 특히 정신적으로 정말 편해졌습니다. 걷는 동안 머릿속의 복잡한 것들을 털어낼 수 있으니까요. "

2000년 마라톤을 시작해 38차례나 완주한 그는 직원들에게도 맨발 걷기와 뛰기를 강권한다. 술을 만들어 파는 회사이니 보니 직원들이 건강해 보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992년 단돈 2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700-5425'로 잘 알려진 컬러링 비즈니스의 원조이자 벤처기업가 1세대다. 2004년 선양소주를 인수하면서 대구에 있던 ㈜5425 본사와 집을 대전으로 옮겼고,이후 계족산을 황톳길 명소로 만들었다. 매달 둘째주 일요일마다 맨발걷기&숲속음악회를 여는 그의 맨발 걷기는 계속될 듯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