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임원 김모씨는 최근 호주달러 환율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작년 가을보다 원 · 호주달러 환율이 10% 넘게 급등해 호주에서 어학연수 중인 아들에게 더 많은 돈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처음 어학연수를 보낼 때만 해도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저렴해 큰 부담이 없었지만 지금은 환율이 급등해 오히려 부담이 더 큰 것 같다"고 토로했다.

◆호주달러가 미국달러보다 10% 비싸

2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호주달러당 미국달러 환율은 1.1달러를 돌파,호주가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한 198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주달러는 올 들어서만 달러 대비 8.2% 절상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공급 확대 정책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와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상대적인 고금리 등이 호주달러 강세의 배경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인 호주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통화가치가 높아진다"며 "호주의 기준금리가 연 4.75%로 주요 선진국보다 높아 캐리트레이드(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하는 행위) 투자자금이 호주에 몰릴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고 말했다.

◆원 · 호주달러 환율 13년 만에 최고

호주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 · 호주달러 환율은 치솟고 있다. 2일 원 · 호주달러 환율은 1173원65전으로 1998년 1월26일의 1175원6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는 150원 급등했고 지난해 말에 비해서도 15원 올랐다.

유로 엔 등도 마찬가지다. 원화가 달러에 대해서는 강세(환율 하락)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나라 통화들에 대해서는 약세(환율 상승)다.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원화가 3.4% 절상된 것에 비해 유로화 가치는 11.9% 상승했고 엔화 가치도 15.2% 올랐다. 파운드(8.4%) 캐나다달러(5.6%)도 원화보다 큰 폭으로 절상됐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글로벌 달러 약세 속에 주요 통화가 큰 폭의 강세를 보이는 데 비해 원화는 당국이 꾸준히 개입하면서 절상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 · 달러 환율은 1060원대로 하락

국내에서 발행하는 외화채권(김치본드)에 대한 창구지도와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 등 정부의 규제 속에서도 원 · 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지난주 금요일보다 6원50전 하락한 1065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22일 1062원50전 이후 가장 낮은 환율이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58억2300만달러 흑자를 낸 것이 이날 환율 하락의 배경이 됐다. 최근 원 · 달러 환율 하락 폭이 커졌음에도 무역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유지해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22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도 심리를 강화했다.

송상호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차장은 "글로벌 달러 약세와 주가 상승세 속에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1050원까지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