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사는 이케타니 아이스케 씨(30)는 지난달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운영사인 도쿄전력 주식에 투자해 며칠 만에 200만엔(2600만원)을 벌었다. 주당 2100엔대이던 주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300엔 밑으로 80% 이상 폭락했다가 최근 500엔대까지 반등하는 와중에 단타 수익을 올린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파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던 도쿄전력을 일본 정부가 회생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 회사 주식에 투자했던 일부 투자자들이 대박을 터트렸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 보도했다. 장기 투자자들도 일본 정부가 원전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란 점에서 도쿄전력 주식을 저가 매수 대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최근 도쿄전력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하는 세력도 등장했다. 3월30일엔 도쿄주식시장 마감 10초 전에 신원 미상의 투자자가 도쿄전력 주식 4000만주(시가 130억엔)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지난달 초엔 한 투자자가 500억엔(6550억원)어치의 도쿄전력 주식을 사들여 일본 정부가 매수자와 매집 배경을 조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당시 주식 매수 주문은 홍콩에 있는 금융사를 통해 이뤄졌다"며 "일본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을 맡고 있는 도쿄전력을 중국 등 외국 정부의 국부펀드가 사들이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전력 주가는 일본 전역이 방사능 공포에 휩싸였던 4월 첫주에 연일 최저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주당 292엔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상황이 최악은 넘긴 것으로 관측되면서 최근 445~500엔 선까지 회복했다.

한편 도쿄전력의 대주주인 일본의 생명보험 8개사와 은행 4개사는 주가 폭락으로 지난달 말까지 4000억엔(5조2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