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폭락..1만3천㎡ 배추밭서 한 포기도 못 팔아

"혹한에도 잘 견뎌 작황이 좋았는데...자식처럼 키운 배추를 갈아엎어야 한다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배추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흥동 신야촌 마을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서기춘(57)씨는 트랙터로 자신의 배추밭을 갈아엎기 전 심정을 이렇게 털어놨다.

이 마을에서만 40년째 시설하우스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서씨는 최근 배추값이 폭락하자 이모작
인 수박농사를 위해 7개동 1만3천㎡의 배추밭을 모두 갈아엎기로 했다.

기름값과 인건비 등 모두 2천300만원이나 들어갔지만, 수박이라도 지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아 힘든 결정을 내렸다.

지난겨울 혹한도 잘 이겨내 작황이 좋아 아쉬운 대로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하려고도 했지만, 김장철도 아니라서 배추를 받으러 나서는 곳도 없었다.

수확철이 지난 배추는 푸른 잎을 벌린 채 건강함을 자랑했지만, 자식처럼 키운 농부의 마음은 썩어들어갔다.

배추 10여포기를 일일이 쪼개 "속이 가득차 맛이 좋다"며 자랑하던 서씨는 심정을 묻는 기자에게 "정부가 계획성 없이 중국산 배추를 사들이면서 이런 일은 이미 예견됐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서씨는 "해남 냉동배추를 정부가 매입해 비축하면서 시설농가들의 피해도 덩달아 커졌다"며 "지금이라도 비축분을 당장 폐기하고 봄배추를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산구청도 1직원 4포기이상 사주기나 김치공장이나 대형마트, 음식점 등에서 배추를 사주도록 하는 등 배추 사주기 운동에 나섰다.

한편, 광산구 신흥동에는 8개 농가가 8.6ha에 걸쳐 배추농사를 짓고 있으며 생산량만 20만 포기에 달한다.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minu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