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승장을 이끄는 자동차와 화학주가 금융위기 이후 '장기전'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넥센타이어가 2년6개월간 1351% 오르는 등 500% 이상 뛴 종목이 36개(우선주 제외)에 달했다. 글로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수출과 사업 다각화에 힘쓴 기업들이 증시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는 평가다.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던 2008년 10월24일 코스피지수는 938.75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2일 2228.96로 다시 신기록을 세우며 약 2년6개월 동안 137.43%의 수익률을 올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금융위기 당시 1230원에서 이날 1만7850원으로 1351.22% 올랐다. 이어 화신(1336.09%)과 금호석유(1292.16%) 베이직하우스(1238.15%) 등 4개 종목(우선주 제외)이 수익률 1000%를 웃돌았다. 기아차는 896.13% 상승해 수익률 10위에 올랐다.

정유 · 화학주의 돌풍도 거셌다. 1292.16% 오른 금호석유를 비롯해 한화케미칼 호남석유 케이피케미칼 카프로 LG화학 등이 수익률 상위에 등극했다. 증시가 금융위기 후폭풍에서 벗어나 신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운 데는 이들 주도주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특히 글로벌 위기를 틈타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던 기업들이 화려하게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존의 내수 중심에서 탈피해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 성공한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이후 판매 무대를 세계시장으로 옮긴 기아차는 최근 실적 개선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베이직하우스와 코스맥스 등 중국 소비시장에 진출한 일부 기업도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화학주는 해외 경쟁 기업의 설비 투자가 둔화된 틈을 타 2차전지와 태양광 등으로 투자를 다각화한 것이 성과를 냈다.

금융위기로 인한 '학습효과'도 한몫했다. 실적에 대한 신뢰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많이 오른 자동차와 화학주 등은 실적 신뢰도가 높다는 점에서 상승 여력이 있다"며 "중국 수혜주도 중국의 제12차 5개년 계획 등을 볼 때 내수 소비 확대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