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엘피다 "삼성 앞질렀다"…반도체 '나노 경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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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나노 D램 7월 양산…국내 업계는 '무덤덤'
미세 나노공정 개발…12년 만에 한국 추월
양산ㆍ수율 높이기가 중요…"먼저 개발 큰 의미 없다"
미세 나노공정 개발…12년 만에 한국 추월
양산ㆍ수율 높이기가 중요…"먼저 개발 큰 의미 없다"
세계 3위 D램 제조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세계 최초로 25나노미터(㎚)급 D램을 개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일 보도했다. 전 세계 D램 시장 주도권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로 넘어온 2000년 이후 나노공정 개발에서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추월하기는 12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D램 선두주자들이 채택하고 있는 최신 공정은 30나노급이다.
이와 관련,작년 초까지 이어진 글로벌 '반도체 치킨게임'이 한국 기업의 완승으로 끝났다는 게 업계 분석이지만,엘피다발(發) 양산기술 경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엘피다가 40나노 · 30나노 공정을 제대로 양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20나노급 공정을 먼저 개발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엘피다,기술경쟁서 한국 추월(?)
엘피다의 25나노 D램 개발은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올 하반기를 목표로 20나노급 공정을 개발 중인 것과 비교해도 6개월가량 앞선다.
니혼게이자이가 보도한 엘피다의 25나노 D램 양산 시점은 7월이다. 히로시마 공장에서 PC와 스마트폰용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25나노공정을 이용해 2기가비트(Gb) D램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지금까지 초미세 반도체칩 개발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앞섰지만,엘피다가 이를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D램 강국 한국과의 기술경쟁에서 한발짝 앞섰다는 의미 부여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은 한국기업과의 미세 나노공정 개발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D램 나노공정은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하면 하이닉스가 바로 뒤따르는 구도였고 일본 기업들은 6개월~1년가량 뒤졌다.
D램 시장 주력공정인 40나노는 2009년 1월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하자 하이닉스가 2월 곧바로 따라왔고 엘피다는 같은 해 10월에야 개발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 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첨단 나노공정을 적용해 양산하고 수율(완성품 생산비율)을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며 "그런 점에서 엘피다의 25나노공정 개발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제대로 양산하는 게 중요"
25나노는 30나노급에 비해 웨이퍼 한 장당 칩 생산성이 30~60% 이상 높다. 똑같은 라인에 30나노 공정을 적용하느냐,25나노 공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생산원가 차이는 엄청 크다. 엘피다가 예정대로 7월부터 25나노 공정으로 D램을 양산하면 삼성전자 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의 반응은 예상외로 무덤덤하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나노공정과 관련한 엘피다의 '발표'와 '성과'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점에서다. 40나노 공정이 대표적이다. 엘피다는 2009년 말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이어 세 번째로 40나노급 D램을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엘피다의 40나노 D램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다. 국내 A사 관계자는 "(엘피다가) 발표한 시점보다 늦게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30나노도 마찬가지.엘피다는 작년 9월 30나노 D램을 개발,같은 해 12월부터 양산한다고 발표했으나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국내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B사 관계자는 "엘피다가 40나노와 30나노를 발표대로 양산했다면 1분기에 7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나노공정
나노미터(㎚) 공정은 웨이퍼 위에 그려 넣는 회로와 회로 사이의 폭을 10억분의 1m 간격으로 줄였다는 것을 뜻한다. 더 미세한 나노공정을 적용할수록 웨이퍼 한 장당 더 많은 칩을 만들어낼 수 있다. 회로 사이의 폭을 10나노 단축하면 웨이퍼 한 장당 칩 생산량을 60%가량 늘릴 수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