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렌지색 머플러를 둘렀다. 베아트릭스 여왕 예방 일정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패션이었다. 네덜란드 최고 기념일인 퀸스데이를 기념해 많은 국민이 오렌지색 옷을 입고 축제를 즐긴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여왕에게도 하루종일 오렌지색 머플러를 두르고 다니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네덜란드 재외동포 초청 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는 밝은 겨자색 재킷에 꽃무늬 스커트를 입어 패션감각을 뽐냈다. 재킷에는 평소에 애용하는 금색 브로치를 달아 '포인트'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튿날 포르투갈로 옮기면서는 밝은색 계열의 보라색 재킷과 검은색 바지로 바꿔입었다. 포르투갈 전통의상에 보라색 계열이 많은 것을 감안한 패션이었다.

유럽을 특사 자격으로 방문 중인 박 전 대표의 패션 스타일이 연일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는 검은색이나 황토색 등의 어두운 색과 바지를 주로 입는 박 전 대표지만,외국에 나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박 전 대표는 해당 국가를 방문하기 전 그 지역 문화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 옷 색깔 등에 반영한다. 국내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밝고 화려한 스타일을 선호하며 국내에선 잘 착용하지 않는 치마를 종종 입는다.

박 전 대표는 2년 전 몽골을 방문했을 당시엔 초록과 연둣빛의 투피스,초록 바탕에 하얀 물방울 무늬의 원피스,황금색 윗도리에 진초록의 치마 등을 입었다. 이 색깔은 모두 몽골을 대표하는 '초원'과 '사막'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런 의상은 박 전 대표 본인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럽 방문에는 남성 의원 4명과 남성 보좌관 2명만이 수행하고 있다. '박근혜 스타일'은 전적으로 본인이 챙긴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외국을 방문할 때 그 나라의 국민적 습성과 좋아하는 색깔,선호하는 스타일 등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며 "국가 간의 관계가 사소한 배려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지론"이라고 전했다.

패션 스타일 못지않게 국내에서는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박 전 대표지만 외국에서는 언론과의 스킨십을 넓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차이점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유럽 특사 기자단과 거의 매일 만남을 갖고 그날 일정에 대한 소회를 나누고 있다.

특히 1일 일부 기자단의 비행기가 연착해 일정에 차질을 빚자 다음날 기자들의 호프타임에 깜짝 방문해 위로의 말을 전하고,생일을 맞은 기자에게 케이크를 전달하는 등 대언론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스본=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