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회는 무사히 넘겼네요. 그런데 18대 국회가 언제까지죠?"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29일,한 증권회사 파생상품 담당 A이사가 기자에게 이렇게 물어왔다.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그는 국회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언제 법안이 통과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법안은 아직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업계의 반대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거래세가 도입되면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한다. 최근 금융노조까지 법안 반대 성명을 내면서 정치권 마당인 '동여의도'와 증권가인 '서여의도' 간 한랭전선은 더욱 두터워졌다.

법안을 발의한 이혜훈 의원은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거래세가 필요하다고 맞선다. 하지만 국회는 자신감을 잃은 상태다. 지난달 27일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본회의 상정을 앞둔 법안에 대해 찬반의견을 다시 듣는 것은 이례적이다. 상임위 심의 때 마무리됐어야 할 일을 왜 뒤늦게 했는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은 2009년 법안이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할 때부터 예견됐다.당시 국회 재정위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여야 이견없이 통과시켰다.이른바 만장일치다.하지만 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이런 저런 이견이 나오자 ‘최초 3년 영(0)세율,기본세율 10분의 1부터 단계적 적용’이라는 어정쩡한 수정안을 만들어 냈다.당시 재정위 소속 의원은 “여야가 예산안으로 줄다리기를 하던 중이라 세입 확충 명분이 커 찬성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금융법안을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밀어붙이다 보니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셈이다.

A이사의 희망은 본회의 상정이 계속 무산돼 법안이 폐기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18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의 희망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파생시장 중심지를 지향하는 부산지역 의원들이 본회의 상정을 막고 있지만,이 역시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 법사위까지 통과한 법안을 계속 미룰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불안한 시간 끌기' 중인 정치권을 보면서 입법 과정이 좀더 충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김유미 증권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