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전 세계에 보복 테러 공포가 커진 가운데 '삼성 사옥과 주한 아랍 국가 대사관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이메일이 접수돼 경찰이 긴급 수색작업을 벌였다. 국내에 있는 기업 본사를 겨냥해 테러 위협이 가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3일 삼성그룹과 경찰청 대테러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 삼성전자 캐나다법인에 "삼성 사옥과 주한 터키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오만 바레인 요르단 시리아 이집트 대사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영문 이메일이 접수됐다.

이메일 발송 시간은 미국 정부가 빈 라덴 사살을 발표한 직후인 오전 4시28분(캐나다 동부시간).발신자 아이디는 'dilara jahednai'란 아랍계 이름이었다. 'dilara jahednai'는 이메일에서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인 삼성과 아랍 국가 대사관에 이미 폭발물을 설치했으며 2~6일에 순차적으로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또 "나도 협박을 받아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며,내 옆에 총을 든 사람이 서 있다"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어서 서툴다"고 적었다.

캐나다법인의 보고를 받은 삼성그룹은 경찰에 즉시 신고했고,경찰은 3일 오전 7시35분께 서울경찰특공대 소속 폭발물처리반(EOD)과 서초경찰서 강력팀 등 50명을 삼성 서초사옥에 급파했다. 경찰은 폭발물 탐지견 4마리를 동원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빌딩 지하 주차장과 식당 등을 차례로 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 서초사옥 보안을 뚫고 폭발물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장소를 철저히 수색했다"며 "이메일에 적힌 9개국 가운데 바레인 시리아는 국내에 대사관이 없는 점으로 볼 때 계획된 테러일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서울 태평로 삼성 사옥에도 수색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본격적인 수색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서초사옥에는 국가정보원 직원과 에스원 보안요원들이 건물 곳곳을 통제하는 등 오전 내내 '초긴장' 상태였다. 일부 삼성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색 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경찰이 와서 이곳저곳 살폈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큰 동요는 없었다"며 "각 계열사들도 별다른 주의 사항이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4시간여에 걸쳐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자 오전 11시40분께 철수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테러 협박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오전 8시5분께 예정대로 출근, 생명 · 카드 · 화재 · 증권 등 금융계열사 사장단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 오후 1시40분께 퇴근했다.

이태명/김현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