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좋았다. "

경제 5단체장들이 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오찬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이들은 청와대 오찬 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희태 국회의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와 만나 "이 대통령은 법보다 자율을 강조했고 우리들도 이에 공감하는 기회를 가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동에선 논란이 되고 있는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와 초과이익공유제 추진 등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에 가장 먼저 도착한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 대통령께서 다른 것보다도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서 경제를 잘 끌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동반성장에 대해서도 애초에 말씀하셨듯이 법으로 할 문제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자율로써 해야 오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연기금 주주권 강화 논란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았고 경제 5단체장들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고 앞에 말한 것과 같이 자율로 할 문제이지 법과 제도로 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에 공감했느냐는 질문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에서 초과이익공유제와 연기금 문제에 대해서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말한 것 말고는 언급한 게 없다"며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처음부터 분명히 태도를 밝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역시 "(이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좋은 얘기를 나눴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 대통령이 대 ·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대화를 하는 기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책임있는 사람들과 중소기업 대표들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1년에 2~3회씩 정례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고 전경련에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업친화적인 얘기를 많이 했고 자율을 강조했다"고 청와대 회동 분위기를 소개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오찬 간담회에 어떤 얘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참석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경제 잘하라는 얘기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맞아떨어졌다"고 대답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민감한 문제가 무엇이냐"고 되물은 뒤 "(초과이익공유제와 연기금 주주권 행사 등이) 뭐가 민감하냐.주주권 가지고 와서 투표하면 되는 것으로 상식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사공일 무역협회장은 "청와대 대변인에게 물어보라"며 말을 아꼈다.

재계 일각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초과이익공유제와 연기금 주주권행사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불필요한 논쟁을 말끔히 매듭지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동반성장은 법과 제도가 아니라 기업 자율로 동반성장적으로 하는 게 좋다''정부는 기업을 잘되게 하는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했지만 다소 두루뭉술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김동욱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