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내 증시는 전날 급등에 따른 속도 조절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도업종과 비주도업종간 갭(격차) 메우기가 진행되면서 주도업종인 화학과 자동차의 상대적인 부진을 받쳐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날 급반등에 따른 심리적인 가격 부담과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증시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보복 테러 우려 등으로 약보합세로 마감한 점은 투자심리에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일 코스피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2220선을 처음으로 넘어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지난주말 미국 증시가 양호한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에 힘입어 상승 마감한 상황에서 지수는 오름세로 장을 출발한 뒤 상승폭을 점차 넓혀가는 흐름을 보였다.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유가 하락 기대로 항공, 여행주 등이 상승해 지수는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었다.

주도주와 비주도주간 갭 메우기 현상이 두드러졌다. 건설 업종이 '5·1 건설 부동산 대책' 기대로 2% 넘게 뛰었고 전기전자 업종도 3%대 강세를 보였다. 기계 업종도 4% 이상 치솟았다. 상대적으로 시장을 이끌었던 자동차주가 속한 운수장비 업종과 화학 업종의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증권가에선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오른 업종의 강세가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면서 주도주가 쉬어가는 국면에서도 지수가 선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절묘한 순환매로 인해 시장의 약점으로 꼽혔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기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시장 상승세에 대한 부담이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실적 발표 시즌이 정점을 지나면서 시장의 관심이 유동성과 경기로 옮겨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에 집중됐던 관심사가 점차 유동성과 펀더멘털(내재가치)로 다시 이동할 것"이라며 "미국의 자생적인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지만 증시의 반응은 이런 불확실성이 급격한 유동성 환경의 변화를 제한시킬 것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 전체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효진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달에는 지난달에 비해 매크로(거시경제) 측면에서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완화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신흥국의 물가 부담이 점차 완화되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완화기조의 연장이 재확인됐다는 점에 비춰 대형 이벤트들로 인한 우려는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사마 빈 라덴 사망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남아있는 시점이란 평가도 나왔다.

서 애널리스트는 "오랜 시간 눈에 가시였던 오사마 빈 라덴 문제가 해결돼 정치적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은 미국 시장의 안정감 유지에 힘을 보태는 것"이라며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다소간의 속도조절 국면을 거치면서 추가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전문가들은 보다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시를 주도한 자동차 및 부품, 정유, 화학, 조선 등의 꾸준한 성장세는 큰 틀에서 주도주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유지하게끔 만든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수급 변동성에 대해 조율이 필요해 조정시 매수하는 전략이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일각에선 조정에 대비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미국 및 한국 기업의 실적 호조가 증시 상승을 뒷받침해줬지만 이달에는 지난달 상승세가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곽현수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달은 상승 피로가 쌓인 상태이기 때문에 수익률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가파른 지수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욕구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가격 매력이 있는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스타일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