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 온라인 '깜짝 세일'…철저한 회원제로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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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소셜 커머스 '프라이빗 쇼핑클럽' 뜬다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라이빗 쇼핑클럽’이 국내에 상륙했다. 유명 명품 브랜드를 48시간 안팎의 제한된 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50% 이상 할인 판매하는 ‘깜짝 세일(flash sale)’이 주무기다.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돼 회원 가입을 하지 않으면 어떤 상품이 판매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명품, 파격적인 할인, 한정된 수량, 회원제 클럽 등 최고의 ‘흥행’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 3월 7일 문을 연 온라인 쇼핑몰 글램라이프.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 낮 12시가 되면 이 사이트에 접속자가 폭주한다. 주로 ‘명품 사냥’에 나선 20~30대 여성들이다.
‘프라이빗 쇼핑클럽’을 표방하는 글램라이프는 매주 3회 해외 명품 브랜드를 ‘믿을 수 없는’ 가격에 할인 판매한다. 4월 13일 공개된 마크바이마크 제이콥스 가방은 17만5000원짜리가 8만5000원에 판매됐다.
글램라이프에 올라온 제품들은 주로 미국 브랜드 본사에서 직접 공수해 온 재고 상품들이다. 재고라고는 하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국내 명품족들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한 ‘핫’ 아이템이 상당수다.
글램라이프는 회원제 쇼핑클럽이다. 물건을 사려면 회원 가입이 필수다. 회원 가입은 무료지만 다른 회원의 추천을 받거나 운영자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비회원은 이 사이트에서 어떤 물건을 판매하는지조차 볼 수 없다.
소셜 쇼핑 지고 프라이빗 쇼핑클럽 뜨나
글램라이프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판매에 적극 활용한다. 마음에 드는 상품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SNS 연동 버튼을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배치해 놓았다.
한정 수량 선착순 판매 방식은 쇼핑 마니아들의 경쟁 심리와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글램라이프 페이지에선 이들의 뜨거운 쇼핑 열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프렌치커넥션 원피스 바로 구매했어요. 모델 피트가 너무 예뻐서요. 여름까지 예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크바이마크 제이콥스 백도 노리고 있었는데, 역시나 점심 먹고 오니 이미 솔드아웃이군요.” (정윤주)
“저도 너무 예뻐서 사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놓쳤어요. 이런 원피스 또 입고해 주세요. 신시아로리 백도 놓치고. 저는 왜 다 놓칠까요.” (Regina J S Lee)
지난 4월 6일 판매된 신시아로리 사첼 백은 불과 4분 만에 매진되는 큰 인기를 끌었다. 신시아로리 사첼 백의 정가는 59만 원이다. 글램라이프에서는 19만 원에 판매돼 할인율이 68%다.
여기현 글램라이프 이사는 “요즘 20~30대 여성 중에는 유명 명품뿐만 아니라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수백 개씩 알고 있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며 “글로벌 소싱 네트워크만 뒷받침된다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3일 공식 오픈한 트리스트는 미국 프라이빗 쇼핑클럽 1위 업체인 길트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다. 사이트의 메뉴 구성과 디자인도 길트를 연상시킨다. 김호석 트리스트 사장은 “특별하게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한 달간의 시험 운영 기간에 2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며 “해외 구매 대행 업체를 통해 이미 길트 서비스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1차 타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스스로를 ‘신규 사업 전문가’라고 표현한다. AT커니 컨설턴트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2005년 나스닥 상장으로 화제를 모은 와이더댄에서 전략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 후 아시아나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나클럽본부장으로 마일리지 적립몰 론칭을 주도하다 프라이빗 쇼핑클럽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업가로 변신했다.
트리스트에는 명품 유통과 온라인 마케팅, 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장진희 팀장은 MCM과 버버리코리아 상품 기획자 출신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수십 년 동안 명품 브랜드를 유통해 온 전문가 2명도 합류했다. 김 사장은 “예전 같으면 온라인에서 명품을 유통한다고 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프라이빗 쇼핑클럽은 이들 외에 지난 3월 15일 문을 연 프라이빗라운지가 있다. 그루폰코리아 공동대표 3인이 독일 로켓 인터넷의 자회사인 제이드그룹코리아로부터 투자를 받아 만든 이 사이트는 불과 한 달도 안 돼 국내 3위 소셜 쇼핑 사이트 위메이크프라이스를 운영하는 나무인터넷에 인수돼 화제를 모았다. 나무 인터넷은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벤처 성공 신화를 쓴 허민 전 네오플 대표가 직접 투자해 설립한 곳이다.
프라이빗 쇼핑클럽에 관심을 갖는 곳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소셜 쇼핑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올해는 프라이빗 쇼핑클럽에서 새로운 ‘신데렐라’가 탄생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김철환 블로터닷넷 소셜커머스연구소장은 “그동안 국내에는 ‘소셜 쇼핑’으로 불리는 원어데이몰(하루에 한 제품만 할인 판매하는 쇼핑몰)만 소개됐지만 프라이빗 쇼핑클럽은 소셜 커머스의 또 다른 축”이라며 “한국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불황 속에서도 초고속 성장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프라이빗 쇼핑클럽은 이미 각광받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선두권 프라이빗 쇼핑클럽들은 규모면에서도 그루폰으로 대표되는 소셜 쇼핑 업체들을 오히려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 그루폰은 7억600만 달러(약 825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세계 최대 프라이빗 쇼핑클럽인 프랑스 방트-프리베는 같은 기간 이보다 2배 가까이 되는 9억6900만 유로(약 1조5274억 원)을 벌어들였다.
프라이빗 쇼핑클럽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닥친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수년간 고성장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를 손에 넣기 위한 인수·합병(M&A)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작년 말 아마존은 60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스페인 바이브이아이피(BuyVIP)를 965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에 뒤질세라 이베이도 독일의 대표적인 프라이빗 쇼핑클럽 브랜즈포프렌즈를 2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 유통 업체 노스트롬도 경쟁에 가세해 1억8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2위권 업체인 오트룩을 차지했다.
프라이빗 쇼핑클럽은 정보기술(IT) 천재가 아니라 패션 도매업에서 잔뼈가 굵은 프랑스의 30대 젊은 기업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대학 졸업 후 패션 재고 유통시장에 뛰어들었던 자크 앙투안 그랑종은 IT 거품 붕괴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2001년 8명의 공동 창업자와 함께 파리 근교에 있는 르몽드 신문의 낡은 윤전소를 사들여 방트-프리베를 설립했다. 방트-프리베는 프랑스어로 ‘프라이빗 세일’을 뜻한다.
초기에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당시만 해도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저조했고 디지털 사진도 대중화되지 않아 제품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기존 유통 사업에서 번 돈으로 겨우 적자를 채워 나갔다. 그러다 2003년 말 내놓은 여성용 란제리 상품이 한꺼번에 6만 개나 팔려 나가는 빅히트를 치면서 도약의 전기를 잡았다.
방트-프리베는 현재 유럽 전역에 123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4100만 종의 상품을 팔아 9억69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방트-프리베가 내놓은 상품을 사기 위해 이틀간 120만 명이 몰린 적도 있다.
판매 제품의 60%가 공개 후 1시간 내에 팔려나간다. 이 회사는 이미 자라와 에탐을 능가하는 프랑스 최대의 의류 판매점으로 올라섰다. 그랑종은 “브랜드 제품을 3일 내에 20만~30만 개씩 팔아치울 수 있는 곳은 현재까지 방트-프리베 말고는 없다”고 말한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단순하다. 회원을 대상으로 브랜드 제품을 온라인으로 할인 판매하는 것이다. 핵심은 철저한 브랜드 이미지 보호다. 회원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이트 내용을 볼 수 없도록 차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온라인 쇼핑몰처럼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하면 인터넷 가격 비교 사이트의 검색 엔진에 속수무책이 된다. 이는 할인 판매 사실조차 밝히기를 두려워하는 고급 명품 브랜드에 치명적이다.
명품에 눈뜬 아시아가 미래 시장
재고 처분은 명품 브랜드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거기에는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까다로운 전제 조건이 붙는다. 방트-프리베가 파고든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랑종은 “방트-프리베의 임무는 브랜드들의 재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이 회사에는 140명의 세일즈 코디네이터들이 아르마니에서 제냐에 이르는 1200개의 유명 브랜드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트-프리베는 최고의 제품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수백 명의 디자이너와 사진가, 헤어스타일리스트들을 직접 투입하고 있다.
방트-프리베의 눈부신 성장은 수많은 모방 업체를 탄생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1위 프라이빗 쇼핑클럽인 길트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하버드대 동창인 알렉시스 메이뱅크와 알렉산드라 윌키스 윌슨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메이뱅크는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후 이베이에 초기 멤버로 참여했으며 AOL e커머스 부문에서 활약했다. 윌키스 윌슨 역시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마친 후 불가리와 루이비통에서 상품 기획자로 경험을 쌓았다.
어느 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메이뱅크는 명품을 사고 싶지만 살 여력이 없는 소비자들을 위한 판매 사이트라는 아이디어에 사로잡혔다. 명품 브랜드들은 발렌시아가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미지 훼손 우려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 직접 판매를 꺼렸다.
메이뱅크는 ‘믿을 만한’ 사이트를 구축한다면 명품 브랜드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광고 회사 더블클릭의 공동 설립자인 케빈 라이언이 초기 투자금을 대면서 메이뱅크의 아이디어는 빠르게 실현됐다.
이제 프라이빗 쇼핑클럽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훨씬 다양해졌다. 패션 명품만이 아니라 주방용품, 어린이 장난감, 각종 선물 용품은 물론 자동차나 포도주도 취급한다.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길트는 럭셔리 여행 상품을 파는 젯세터와 소셜 쇼핑 사이트 길트 시티를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프라이빗 쇼핑클럽의 다음 시장은 아시아다. 최근 중국과 인도에서도 프라이빗 쇼핑클럽이 처음 등장했다. 여기현 이사는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자 하는 아시아인들의 욕구는 서구를 능가한다”며 “한국 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잘 성공시키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uyng.com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라이빗 쇼핑클럽’이 국내에 상륙했다. 유명 명품 브랜드를 48시간 안팎의 제한된 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50% 이상 할인 판매하는 ‘깜짝 세일(flash sale)’이 주무기다.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돼 회원 가입을 하지 않으면 어떤 상품이 판매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명품, 파격적인 할인, 한정된 수량, 회원제 클럽 등 최고의 ‘흥행’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 3월 7일 문을 연 온라인 쇼핑몰 글램라이프.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 낮 12시가 되면 이 사이트에 접속자가 폭주한다. 주로 ‘명품 사냥’에 나선 20~30대 여성들이다.
‘프라이빗 쇼핑클럽’을 표방하는 글램라이프는 매주 3회 해외 명품 브랜드를 ‘믿을 수 없는’ 가격에 할인 판매한다. 4월 13일 공개된 마크바이마크 제이콥스 가방은 17만5000원짜리가 8만5000원에 판매됐다.
글램라이프에 올라온 제품들은 주로 미국 브랜드 본사에서 직접 공수해 온 재고 상품들이다. 재고라고는 하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국내 명품족들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한 ‘핫’ 아이템이 상당수다.
글램라이프는 회원제 쇼핑클럽이다. 물건을 사려면 회원 가입이 필수다. 회원 가입은 무료지만 다른 회원의 추천을 받거나 운영자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비회원은 이 사이트에서 어떤 물건을 판매하는지조차 볼 수 없다.
소셜 쇼핑 지고 프라이빗 쇼핑클럽 뜨나
글램라이프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판매에 적극 활용한다. 마음에 드는 상품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SNS 연동 버튼을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배치해 놓았다.
한정 수량 선착순 판매 방식은 쇼핑 마니아들의 경쟁 심리와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글램라이프 페이지에선 이들의 뜨거운 쇼핑 열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프렌치커넥션 원피스 바로 구매했어요. 모델 피트가 너무 예뻐서요. 여름까지 예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크바이마크 제이콥스 백도 노리고 있었는데, 역시나 점심 먹고 오니 이미 솔드아웃이군요.” (정윤주)
“저도 너무 예뻐서 사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놓쳤어요. 이런 원피스 또 입고해 주세요. 신시아로리 백도 놓치고. 저는 왜 다 놓칠까요.” (Regina J S Lee)
지난 4월 6일 판매된 신시아로리 사첼 백은 불과 4분 만에 매진되는 큰 인기를 끌었다. 신시아로리 사첼 백의 정가는 59만 원이다. 글램라이프에서는 19만 원에 판매돼 할인율이 68%다.
여기현 글램라이프 이사는 “요즘 20~30대 여성 중에는 유명 명품뿐만 아니라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수백 개씩 알고 있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며 “글로벌 소싱 네트워크만 뒷받침된다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3일 공식 오픈한 트리스트는 미국 프라이빗 쇼핑클럽 1위 업체인 길트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다. 사이트의 메뉴 구성과 디자인도 길트를 연상시킨다. 김호석 트리스트 사장은 “특별하게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한 달간의 시험 운영 기간에 2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며 “해외 구매 대행 업체를 통해 이미 길트 서비스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1차 타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스스로를 ‘신규 사업 전문가’라고 표현한다. AT커니 컨설턴트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2005년 나스닥 상장으로 화제를 모은 와이더댄에서 전략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 후 아시아나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나클럽본부장으로 마일리지 적립몰 론칭을 주도하다 프라이빗 쇼핑클럽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업가로 변신했다.
트리스트에는 명품 유통과 온라인 마케팅, 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장진희 팀장은 MCM과 버버리코리아 상품 기획자 출신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수십 년 동안 명품 브랜드를 유통해 온 전문가 2명도 합류했다. 김 사장은 “예전 같으면 온라인에서 명품을 유통한다고 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프라이빗 쇼핑클럽은 이들 외에 지난 3월 15일 문을 연 프라이빗라운지가 있다. 그루폰코리아 공동대표 3인이 독일 로켓 인터넷의 자회사인 제이드그룹코리아로부터 투자를 받아 만든 이 사이트는 불과 한 달도 안 돼 국내 3위 소셜 쇼핑 사이트 위메이크프라이스를 운영하는 나무인터넷에 인수돼 화제를 모았다. 나무 인터넷은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벤처 성공 신화를 쓴 허민 전 네오플 대표가 직접 투자해 설립한 곳이다.
프라이빗 쇼핑클럽에 관심을 갖는 곳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소셜 쇼핑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올해는 프라이빗 쇼핑클럽에서 새로운 ‘신데렐라’가 탄생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김철환 블로터닷넷 소셜커머스연구소장은 “그동안 국내에는 ‘소셜 쇼핑’으로 불리는 원어데이몰(하루에 한 제품만 할인 판매하는 쇼핑몰)만 소개됐지만 프라이빗 쇼핑클럽은 소셜 커머스의 또 다른 축”이라며 “한국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불황 속에서도 초고속 성장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프라이빗 쇼핑클럽은 이미 각광받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선두권 프라이빗 쇼핑클럽들은 규모면에서도 그루폰으로 대표되는 소셜 쇼핑 업체들을 오히려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 그루폰은 7억600만 달러(약 825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세계 최대 프라이빗 쇼핑클럽인 프랑스 방트-프리베는 같은 기간 이보다 2배 가까이 되는 9억6900만 유로(약 1조5274억 원)을 벌어들였다.
프라이빗 쇼핑클럽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닥친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수년간 고성장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를 손에 넣기 위한 인수·합병(M&A)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작년 말 아마존은 60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스페인 바이브이아이피(BuyVIP)를 965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에 뒤질세라 이베이도 독일의 대표적인 프라이빗 쇼핑클럽 브랜즈포프렌즈를 2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 유통 업체 노스트롬도 경쟁에 가세해 1억8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2위권 업체인 오트룩을 차지했다.
프라이빗 쇼핑클럽은 정보기술(IT) 천재가 아니라 패션 도매업에서 잔뼈가 굵은 프랑스의 30대 젊은 기업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대학 졸업 후 패션 재고 유통시장에 뛰어들었던 자크 앙투안 그랑종은 IT 거품 붕괴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2001년 8명의 공동 창업자와 함께 파리 근교에 있는 르몽드 신문의 낡은 윤전소를 사들여 방트-프리베를 설립했다. 방트-프리베는 프랑스어로 ‘프라이빗 세일’을 뜻한다.
초기에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당시만 해도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저조했고 디지털 사진도 대중화되지 않아 제품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기존 유통 사업에서 번 돈으로 겨우 적자를 채워 나갔다. 그러다 2003년 말 내놓은 여성용 란제리 상품이 한꺼번에 6만 개나 팔려 나가는 빅히트를 치면서 도약의 전기를 잡았다.
방트-프리베는 현재 유럽 전역에 123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4100만 종의 상품을 팔아 9억69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방트-프리베가 내놓은 상품을 사기 위해 이틀간 120만 명이 몰린 적도 있다.
판매 제품의 60%가 공개 후 1시간 내에 팔려나간다. 이 회사는 이미 자라와 에탐을 능가하는 프랑스 최대의 의류 판매점으로 올라섰다. 그랑종은 “브랜드 제품을 3일 내에 20만~30만 개씩 팔아치울 수 있는 곳은 현재까지 방트-프리베 말고는 없다”고 말한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단순하다. 회원을 대상으로 브랜드 제품을 온라인으로 할인 판매하는 것이다. 핵심은 철저한 브랜드 이미지 보호다. 회원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이트 내용을 볼 수 없도록 차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온라인 쇼핑몰처럼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하면 인터넷 가격 비교 사이트의 검색 엔진에 속수무책이 된다. 이는 할인 판매 사실조차 밝히기를 두려워하는 고급 명품 브랜드에 치명적이다.
명품에 눈뜬 아시아가 미래 시장
재고 처분은 명품 브랜드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거기에는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까다로운 전제 조건이 붙는다. 방트-프리베가 파고든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랑종은 “방트-프리베의 임무는 브랜드들의 재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이 회사에는 140명의 세일즈 코디네이터들이 아르마니에서 제냐에 이르는 1200개의 유명 브랜드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트-프리베는 최고의 제품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수백 명의 디자이너와 사진가, 헤어스타일리스트들을 직접 투입하고 있다.
방트-프리베의 눈부신 성장은 수많은 모방 업체를 탄생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1위 프라이빗 쇼핑클럽인 길트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하버드대 동창인 알렉시스 메이뱅크와 알렉산드라 윌키스 윌슨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메이뱅크는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후 이베이에 초기 멤버로 참여했으며 AOL e커머스 부문에서 활약했다. 윌키스 윌슨 역시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마친 후 불가리와 루이비통에서 상품 기획자로 경험을 쌓았다.
어느 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메이뱅크는 명품을 사고 싶지만 살 여력이 없는 소비자들을 위한 판매 사이트라는 아이디어에 사로잡혔다. 명품 브랜드들은 발렌시아가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미지 훼손 우려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 직접 판매를 꺼렸다.
메이뱅크는 ‘믿을 만한’ 사이트를 구축한다면 명품 브랜드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광고 회사 더블클릭의 공동 설립자인 케빈 라이언이 초기 투자금을 대면서 메이뱅크의 아이디어는 빠르게 실현됐다.
이제 프라이빗 쇼핑클럽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훨씬 다양해졌다. 패션 명품만이 아니라 주방용품, 어린이 장난감, 각종 선물 용품은 물론 자동차나 포도주도 취급한다.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길트는 럭셔리 여행 상품을 파는 젯세터와 소셜 쇼핑 사이트 길트 시티를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프라이빗 쇼핑클럽의 다음 시장은 아시아다. 최근 중국과 인도에서도 프라이빗 쇼핑클럽이 처음 등장했다. 여기현 이사는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자 하는 아시아인들의 욕구는 서구를 능가한다”며 “한국 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잘 성공시키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u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