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 임원 A씨는 지난달 말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급매물보다 4000만원 정도 싼 값에 경매시장에서 낙찰받았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강남으로 옮기려는 A씨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4월 부활'이 지난 3월22일 발표된 이후 수도권 경매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장조사 결과 은마아파트 전용 93㎡형 급매물은 8억9000만~9억원 선이었다. 경매로 나온 매물의 감정가는 10억원이었지만 한 차례 유찰로 최저가가 8억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부동산 시장 활황기라면 급매물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싼 값에 응찰하는게 정석이다.

그러나 A씨는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 급매물보다 4000만원 정도 싼 8억5200만원을 써냈다. 개찰 결과 응찰한 4명 가운데 2등을 700만원 차이로 제치고 낙찰받았다.

◆고개 숙인 수도권 아파트

수도권 주택 경매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낙찰률(낙찰된 물건을 총 물건 수로 나눈 비율)이 낮아지고,평균 응찰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4일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낙찰률은 34%로,전달 41%에 비해 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3월 평균 6.8명에 달했던 평균 응찰자 수도 지난달 6.1명으로 줄었다.

A씨에게 은마아파트를 컨설팅했던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투자자들이 대거 경매시장을 떠나면서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낙찰률과 경쟁률이 연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며 "일부 과감한 실수요자들은 경매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떠나자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경매지표 하락세는 서울보다 두드러졌다. 낙찰률은 40%에서 32.3%로 추락하면서 하락폭이 7.7%포인트에 달했다. 용인 성원상떼레이크뷰 아파트 345가구가 일괄 경매에 부쳐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서울에선 강남3구의 경매 지표가 많이 하락했다. 강남구의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은 79.8%를 나타내면서 80% 아래로 내려섰다. 월별 강남구 낙찰가율이 80%를 밑돈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2010년 6 · 7 · 8월)밖에 없었을 정도로 흔치 않다.

인천에선 평균 응찰자 수가 지난 3월 9명에서 지난달 6.4명으로 2.6명 감소했다. 2010년 3월(3.2명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낙찰가 1억원 이상 추락하기도

개별 아파트별 낙찰가도 작년 말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삼성동 래미안삼성1차아파트 전용 126㎡형은 지난달 12억1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작년 9월에는 같은 규모의 아파트가 13억5100만원에 낙찰됐다.

8억5200만원에 낙찰된 은마아파트 93㎡형의 작년 12월 낙찰가는 9억100만원이었다. 감정가 17억원인 도곡동 현대하이페리온 전용 184㎡형은 감정가의 66%에 불과한 11억2700만원에 넘어갔다.

강은 지지옥션 경매자문센터팀장은 "'5 · 1 부동산 대책'에 따라 양도소득세 2년 거주 요건 폐지 혜택을 받는 1가구 1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단기적으로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시세를 철저히 조사하고 입찰가를 낮게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무주택자나 갈아타기에 나선 1주택자라면 경매시장 침체를 저가 낙찰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