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ㆍEU FTA 국회통과…7월1일 발효] 쏘나타, 3년 내 무관세 수출…유럽산 와인 가격 13% 떨어질 듯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은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이자 중국에 이은 제2 교역 파트너인 EU와 무관세 무역동맹을 맺게 됐다. 한 · EU FTA는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10개 국내법 개정을 거쳐 7월1일 발효될 예정이다.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보다도 앞서 EU와 FTA를 체결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유럽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소비자들 역시 향후 5년에 걸친 단계적인 관세 철폐로 유럽산 와인과 자동차,의류 등을 기존보다 싼 값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중 · 대형차 3년 내'무관세' 수출

[韓ㆍEU FTA 국회통과…7월1일 발효] 쏘나타, 3년 내 무관세 수출…유럽산 와인 가격 13% 떨어질 듯
EU와의 FTA 체결로 기대되는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공산품에 대한 양국의 관세장벽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 · EU FTA가 7월1일 발효되는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공산품 비중(품목 수 기준)은 한국이 90.7%,EU가 97.3%에 달한다.

한국은 7년에 걸쳐,EU는 5년에 걸쳐 모든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없앨 계획이다. 모든 관세장벽이 사라지는 2018년 7월이면 한국과 EU는 사실상 하나의 시장으로 묶인다.

국내 10개 국책연구기관들이 공동으로 내놓은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 · EU FTA 체결로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최고 5.62% 커질 전망이다. 앞으로 15년간 EU에 대한 무역수지는 수출이 25억3000만달러，수입은 21억7000만달러 증가해 연평균 3억6000만달러 규모의 흑자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최대 관심 중 하나인 자동차는 3~5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진다. 한국과 EU 모두 중 · 대형(배기량 1500cc 초과)은 협정 발효 후 3년 내에，소형(배기량 1500cc 이하)은 5년 내에 관세를 없앨 계획이다. 현재 그랜저 쏘나타 등 유럽에 수출되는 자동차에는 중 · 소형에 상관없이 10%의 관세가 붙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현지 가격인하로 한국차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산업 역시 TV 등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EU의 고관세(9~14%)철폐로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가전에 대한 EU의 평균 관세율은 3.6%로 미국(1.3%)보다 높아 한 · 미 FTA보다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

◆7월부터 유럽산 와인 가격 떨어져

관세가 사라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유럽산 제품의 가격도 낮아지게 된다. FTA 발효 직후 관세가 사라지는 대표적인 유럽산 제품은 와인이다.

유럽산 와인에 붙는 15%의 관세는 7월부터 없어진다. 와인 수입업계는 관세 철폐 이후 수입하는 물량에 대해 평균 13%가량 가격을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 등에서 3만5000원 안팎에 팔리는 프랑스산 대중와인 무통카데는 3만1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포도주를 제외한 유럽산 위스키는 3년 후,보드카 브랜디 데킬라 등은 5년 후，맥주는 7년 후 관세가 사라진다.

프랑스 샤넬 · 루이비통，영국 버버리，이탈리아 아르마니 · 페라가모 등 유럽산 가방 · 의류 · 구두 · 향수 · 색조화장품 등에 붙는 관세(8~13%)는 3년 안에 철폐된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유럽 중 · 대형 자동차의 관세(8%)도 3년 뒤면 없어져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제수입차 업계에선 유럽 수입차의 판매가격이 7%가량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가격이 1억5690만원인 BMW 740Li 모델은 1100만원,6980만원인 아우디 A6 모델은 500만원가량 싸진다.

◆취약업종 피해지원 강화

농산물의 경우 민감한 품목은 개방 대상에서 빼거나 10년 이상 긴 관세철폐 기간을 적용한다. 쌀과 쌀 관련 제품은 개방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냉동 · 냉장 삼겹살과 '냉장돼지 기타 부위'，낙농제품의 관세 철폐 기간은 10년이다.

포도와 오렌지는 계절에 따라 다른 관세를 적용받는다. 쇠고기와 냉장 돼지고기，맥주맥 · 맥아，사과 설탕 인삼 등 9개 품목은 세이프가드 대상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마다 미리 정해둔 물량을 초과해서 수입될 경우에 수입량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한 · EU FTA 발효로 피해를 입는 국내 농축산가를 지원하기 위해 농축산물 가격이 하락했을 때 차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보상해 주는 피해보전 직접지불제의 지급 기준을 높여주기로 했다. FTA 발효 이후 10년간 농축산물 가격이 기준가의 85%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의 90%까지 보전해 주기로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