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연휴를 앞두고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크게 줄었다. 증시 고점에 대한 부담이 부쩍 커진 상황이어서 연휴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상승장을 견인하던 주도주들이 흔들리면서 손바뀜도 활발하다. 그동안 많이 오른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을 팔고 정보기술(IT) 은행주 등으로 갈아타며 조정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다만 그동안 매도 우위를 보였던 유럽계 자금이 순매수로 돌아서는 등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이 다변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연휴 불확실성 피하자"

외국인은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41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전날 매수 금액이 300억원대로 급감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매도 우위로 일관하다 막판 반짝 '사자'가 유입됐다. 선물시장에서는 전날(7352억원)에 이어 5636억원의 대규모 매물을 쏟아냈다.

자산운용사(투신)를 중심으로 기관 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마저 등을 돌리면서 이날 코스피지수는 20.09포인트(0.91%) 떨어진 2180.64로 마감,이틀 동안 48.32포인트 하락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연휴 동안 발생할지 모를 악재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했다.

◆IT · 은행주로 조정 대비

지난 3월 자동차 화학 등 주도주를 매수했던 외국인이 IT 은행주 등으로 갈아타고 있는 이유도 조정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이후 삼성전자(1조2617억원) 하이닉스(2788억원) 등 반도체주와 신한지주(3550억원)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NHN 신세계 한국전력 등 내수주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5908억원) 현대차(4629억원) OCI(2654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이석경 우리투자증권 해외세일즈팀 차장은 "외국인이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자동차 화학업종은 추가 매수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반면 은행주 등에 대해선 단기 수익을 노리고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IT의 경우 이전과 달리 대형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중소형 부품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을 대신한 유럽 자금의 복귀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다양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계 자금의 순매수 규모는 6911억원으로 전월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미국 다음으로 많이 샀던 싱가포르의 순매수 규모도 3월 6951억원에서 지난달엔 548억원으로 줄었다. 중국계 자금은 6개월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대신 유럽계 자금이 크게 늘었다. 룩셈부르크가 가장 많은 1조38억원을 순매수했고 영국(8723억원)과 프랑스(7178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국내 경기선행지수 반등에 앞서 미리 포지션을 늘려두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반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경기 모멘텀이 개선되고 있어 유럽계 자금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