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서자 적정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기본적으로 운용수익보다 조달비용이 더 큰 역마진 구조다. 보유액이 커질수록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장치가 강화되지만 그만큼 비용이 커지는 길항관계(trade-off)가 있다.

나라마다 사정이 달라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해 합의된 기준은 없다. IMF는 3개월치 수입대금에 만기 1년 이내인 유동외채를 합친 수준을 권고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자본시장이 고도로 개방된 국가에 이 기준은 너무 낮다. IMF 권고치에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3분의 1을 더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이 그나마 현실적이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412조원(약 3900억달러)에 달한다. 이럴 경우 적정규모는 3000억달러+α로 추정돼 현 수준이 많다고 볼 수도 없다. 외환보유액은 국가부도 예방 보험이다. 일어날 확률이 희박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그 파장이 엄청난 블랙스완과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그런 위기를 두 차례나 경험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2400억달러를 갖고도 위태로웠다. 통화 스와프를 맺고서야 안심될 정도였다. 1997년 외환위기의 낙인효과 탓이다.

위기를 벗어났다고 보유액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부적절하다. 환율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보유액을 늘리는 것도 문제다. 중요한 것은 적정 보유액 규모가 아니라 외채 구조와 외환유출입 관리,그리고 경제 펀더멘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