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통과로 오는 7월부터 국내 법률시장이 본격 개방된다. 변호사업계에서는 미국 로펌과 함께 세계 법률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영국계 로펌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돼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을 포함한 EU 회원국 소속 로펌들이 이번 통과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법률시장 개방은 3단계로 진행된다. 발효 직후(올해)부터 적용되는 1단계 개방은 외국 변호사의 자문과 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 개설 허용이다. 1단계에서 외국 변호사의 업무는 외국법 관련에 한정된다. 외국 로펌은 한국 변호사를 고용할 수 없고 국내 로펌과 업무 제휴 또한 불가능하다.

발효 후 2년(2013년)이 지나면 국내 로펌과 외국 로펌의 업무별 제휴가 가능해지는 2단계 개방이 시작된다.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사건을 함께 수임해 처리하고 수익을 분배할 수 있게 된다. 발효 5년(2016년)이 되면 외국 로펌이 국내에서 합작회사를 차리고 한국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전면 개방된다.

영국계 로펌 중 일부는 올해 한국 사무소 개소를 목표로 국내에서 이미 활동 중인 외국 변호사들을 스카우트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업계는 2조원대 국내 법률시장에서 한국 변호사들과 로펌들이 상당한 자생력을 갖췄다고 자평하면서도 영미계 로펌의 진출로 '초토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에 비해 내수시장 규모가 작은 영국계 로펌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왔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한국 법률시장 중 소송 등 내수시장까지 외국 로펌이 진출할 거라고 보지는 않지만,국내 사무소를 발판 삼아 국내 대기업들의 사건을 수임해가는 발판으로 삼을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정환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이사는 "국내 로펌이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변호사들이 역량을 키운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본다"면서도 "로펌들 간 경쟁으로 법률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개인변호사들이나 소형 법률사무소의 위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