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파문을 몰고 왔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발언이 정부 내 사전 논의를 거쳐 나왔다는 얘기가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곽 위원장 개인의 돌출발언일 뿐이라던 청와대와 정부의 해명은 거짓이 되고 만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도 의심받게 됐다. 지난달 23일 재정전략회의에서 곽 위원장이 발언할 내용을 대통령이 미리 다 들었고, 발표를 특별히 제지하지도 않았다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여론을 떠보는 이중 플레이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더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당장 이 대통령이 재계의 오해를 풀겠다며 지난 3일 경제5단체장과 회동을 했던 것부터 그렇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대기업 · 중소기업 상생은 법이나 제도로 강제한다고 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해야 좋다"고 강조했다. 초과이익 문제나 연기금 주주권 행사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물론 대통령이 모든 국정의 대소사에 언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발 혼선이 있고 경제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사안에 대해서라면 대통령의 보다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국정 운영에 대한 확실한 신호인 것이고 또 그것이 어떤 정책이든 대통령의 진정성과 권력의 의지가 담기면서 실천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필요 없이 과도한 비판에 직면한 것도 이념적 정체성의 혼란과 철학 부재 때문이라는 것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정책이 왔다갔다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통령의 말은 그 누구의 것보다 간단하고 명료한 것이 좋다. 그래야만 권력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안 나올 것이고 참모들 간에 대통령의 틈새를 비집는 갈등과 투쟁도 줄어든다. 물론 대통령의 철학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