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랠리 끝나나] "銀이 큰돈 된다더니…" 6500만원 투자한 주부, 열흘새 1600만원 손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달 거래량 10배 늘어…대부분 재테크용
종로 귀금속상엔 "팔아야 하나" 문의 빗발
종로 귀금속상엔 "팔아야 하나" 문의 빗발
"아니,어떻게 열흘도 안 돼서 이렇게 떨어질 수가 있죠?"
은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지난달 하순 서울 종로3가 귀금속상가에서 30㎏을 샀던 주부 하모씨(54)는 요즘 "은 상투를 잡았다는 생각에 매일 잠을 설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씨는 은 3.75g(1돈)이 8085원이던 지난달 25일 그래뉼(알갱이 형태의 순은 덩어리) 30㎏을 6468만원에 매입했다. 4일 은 시세는 3.75g 당 6000원으로 떨어져 9일 만에 1600만원 넘는 평가손실을 입었다. 그는 "귀금속상에 전화해봤지만 '일시적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니 조금 더 기다려보라'는 답을 들었다"며 혼란스러워했다.
◆'롤러코스터' 타는 국내 은값
은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던 지난달 재테크 목적으로 은을 샀던 개인투자자들이 가격 급락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귀금속업체 금시세닷컴 집계에 따르면 국내 은값(살 때 기준)은 지난 3월 말만 해도 3.75g당 5280원이던 것이 4월15일 6270원에 이어 25일 8085원으로 정점을 찍기까지 연일 올랐다.
그러나 이튿날인 26일부터 수입 물량과 차익 실현 매물이 풀리며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지난달 25일 연중 고점 이후 9일 만에 25.8%나 급락했다.
귀금속상가가 밀집한 서울 종로3가 상인들은 "20~30년 넘게 영업을 해 오면서 이런 식의 가격 급변동은 처음 봤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가격 상승세가 워낙 거셌던 탓에 어느 정도의 조정은 예상됐지만 그 폭이 너무 크다는 설명이다. 한 귀금속상은 "개인들이 당장 투매하려 하지만 현재는 그 물량을 받아주는 곳도 없다"고 말했다.
금과 달리 은은 도 · 소매시장에서 주로 산업용과 장신구용으로 소비돼 '개미'들의 투자 자산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이후 국내 은값이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전국에 79개 순금나라 대리점을 둔 한국귀금속쓰리엠의 은 거래량은 지난달 1~14일엔 산업용 주문에 따라 하루 100㎏ 이하인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15일 이후 1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김안모 한국귀금속쓰리엠 대표는 "4월 전체 거래량 가운데 산업용 수요는 20% 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개인 투자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상투' 잡은 개인들의 고민
개인들의 고민은 가격이 워낙 급변하는 탓에 당장 환매하기도 애매하고,그렇다고 마냥 가지고 있기도 불안하다는 데 있다. 이들은 주로 10~20㎏(금액으로는 1000만~3000만원)씩 나눠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환 골드스토어 대표는 "현재 은을 보유한 개인의 80% 이상은 시세가 3.75g당 6400~6500원일 때 들어온 사람들"이라며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뿐 아니라 50~60대 주부까지 은 투자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소액 투자자가 몰리자 일부 귀금속 업체들은 4월 말 소형 은괴인 '500g 실버바'까지 내놨다. 실버바는 통상 ㎏ 단위지만 투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중량을 반으로 줄인 것이다. 지난달 26일 이 제품을 출시한 한국금거래소의 유수호 대표는 "재테크 수단으로 은괴를 요구하는 고객이 많아 그래뉼보다 보관하기 편한 형태로 제작했다"며 "500g 실버바 출시를 계기로 수요가 200%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격이 급변동하는 탓에 업계의 '기준시세'도 불분명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형 업체인 삼성귀금속현물거래소나 대성금속 등의 고시가를 참고했지만 시장이 과열된 뒤로는 이들의 고시가와 실제 거래가격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임현우/조미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