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정보 논란' 4대 쟁점] (1) 스마트폰 위치정보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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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맥어드레스는 개인정보"
방통위 "단순한 위치정보일 뿐"
방통위 "단순한 위치정보일 뿐"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던 애플 구글의 위치정보 수집 논란이 최근 경찰청의 모바일 광고 대행사들 입건과 구글코리아 및 다음커뮤니케이션 압수수색으로 국내에서도 증폭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쌍방향 통신기능을 갖는 디지털기기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현행 관련 법령이 스마트폰 시대를 예견하지 못하면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하고 이 사안을 바라보는 경찰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과연 우리 주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위치정보 논란을 둘러싼 쟁점들을 정리한다.
현행 위치정보보호법은 위치정보를 수집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고,이 정보를 활용해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을 하려면 신고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허가를 받아 위치정보를 수집했거나 신고를 한 뒤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수집하고 활용한 정보가 개인위치정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찰은 모바일 광고 대행사들이 위치값(위도 · 경도)과 맥어드레스(와이파이 연결에 필요한 식별번호) 등 '개인위치정보'를 수집,지역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발표했다. 위치값과 맥어드레스를 '개인위치정보'라고 단정한 것이다. 이 정보가 개인위치정보라면 정부의 허가 · 승인 및 사용자들의 동의는 물론이고 위치정보 사용 범위,목적 등을 약관에 명시해야 하고 사용 후 즉시 파기해야 한다.
경찰은 모바일 광고 대행사들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개인위치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와 업계는 위치값과 맥어드레스만으론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다며 단순 위치정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경찰이 개인위치정보를 폭넓게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2) 수집한 정보로 개인 식별 가능한가
또 다른 논란은 모바일 광고 대행사들이 수집한 위치값과 맥어드레스로 개인 식별이 가능하냐다. 특정인이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느냐의 문제다. 맥어드레스는 네트워크 장비에 부여되는 고유번호로 12자리(가령 34-15-9E-F4-C6-E3)로 표시된다. 앞 여섯 자리는 생산자를 표시하고,뒤 여섯 자리는 생산자가 각각의 기기에 부여한다.
경찰은 맥어드레스가 단말기마다 달라 맘만 먹으면 소유자를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업계는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휴대폰 고유번호인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는 폰을 개통할 때 이동통신사가 수집하기 때문에 개인 식별이 가능하지만 맥어드레스의 경우 어느 누구도 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소유자를 식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 위치정보보호법 개정 연구반에서도 경찰이 개인위치정보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보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일단 공은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현행 법에 개인위치정보에 관해 구체적으로 명시해놓지 않은 터라 검찰 판단이 관건이다.
(3) 車 진출입 정보 가진 도로공사와는 무슨 차이
위치정보는 스마트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번 버스가 5분 후 도착합니다"란 멘트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버스 위치를 파악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내비게이션도 위치정보를 활용한다. 차량에 장착한 GPS가 위성과 교신하며 현재 위치를 파악해 알려주기 때문에 길 안내가 가능하다.
한국도로공사도 일종의 위치정보 사업자다. 언제 어떤 차량이 톨게이트를 통과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시간대에 특정 차량이 특정 톨게이트를 지났다는 정보라면 개인위치정보라고 볼 수도 있다. 도로공사는 위치정보 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 개인위치정보를 포괄적으로 해석한다면 도로공사는 불법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이런 서비스는 불가능해진다.
위치 서비스 사업자 모임인 LBS산업협의회는 "맥어드레스만으론 개인을 식별할 수 없다"며 "경찰은 수사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협의회 관계자는 "맥어드레스를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라고 본다면 스마트폰 위치정보 서비스는 엄두도 내지 말아야 하고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4) 애플 위치정보 수집은 또다른 문제
애플의 위치정보 수집은 모바일 광고 대행사들의 위치정보 수집과는 별개 사안이다. 수집한 정보도 다르고 용도도 다르다.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위치정보 서비스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인근 와이파이 정보와 기지국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 수집 자체를 문제삼는 사람도 있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
문제는 수집한 정보를 폰에 암호화하지 않은 채 장기간 저장한다는 점이다. 애플은 암호화하지 않은 채 저장한 것은 '버그'였고 10개월 동안 저장할 필요도 없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애플은 조만간 아이폰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용자 위치를 추적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 플랫폼 사업자로서 위치정보를 수집한다. 인근 맛집,목적지까지 길 안내 등 편리한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스마트폰의 위치를 파악해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은 한국 정부로부터 위치정보 사업 허가를 받았다.
김광현/이승우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