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4일 "국내에서 시판 중인 우유에 함유된 포름알데히드는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정도의 극미량"이라고 발표하자 우유업체들은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국내 우유제품 전반에 대한 불신감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포름알데히드 논란은 지난달 28일 매일유업이 일부 고품질 우유를 생산할 때 포르말린 사료를 먹인 젖소 원유를 사용했다는 내용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의 확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대형마트들은 매일유업의 관련 제품 판매를 중단했고 검역원은 매일유업뿐만 아니라 서울우유 남양우유 동원F&B 등 4개사 9개 제품에 대해 일제 조사를 벌였다. 이 결과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이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이라는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매일유업은 검역원의 발표에 대해 크게 반겼다. 회사 관계자는 "과학적인 데이터가 아닌 정서적인 측면에서 매일유업이 이상한 회사로 몰렸다"며 "이미지 손상이 컸지만 검역원의 발표로 명예를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우유업체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A사 관계자는 "검역원 조사 결과는 예상됐던 것"이라면서도 "국내 우유 전체 제품에 대한 불신감을 단시일 내 불식시킬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지적했다. B사 관계자도 "국내 우유는 대부분 1등급 원유만을 사용하고 있고 품질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업체별 자체 검사도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계기로 식음료 제품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단체 등의 감시노력이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채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아나 어린이용의 경우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만으로도 해당 업체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탓이다. 1980년대 '우지 라면'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사자였던 삼양식품 관계자는 "당시 우지 파동에 휘말리면서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었다"며 "결국 인체에 무해하다는 법원 판결을 얻었지만 그동안 입은 피해는 경제적으로 보상받기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도 "경제적인 피해를 떠나 그동안 쌓아온 매일유업의 이미지가 훼손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대형마트에서 매일유업 매출은 평균 27%가량 감소했다.

검역원의 '안전 판정'으로 매일유업의 '앱솔루트 W' 제품은 판매 재개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제품을 5일부터 대형마트에 다시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도 "제품이 안전하다고 결론이 난 만큼 판매를 중단했던 제품을 다시 판매대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 포름알데히드ㆍ포르말린

formaldehyde.메탄올을 산화시킬 때 나오는 기체다. 메틸알데히드라고도 한다. 소각로나 석유 및 천연가스 연소시설 등에서 발생한다. 이를 물에 녹인 수용액이 포르말린이다. 세균 · 바이러스 등을 막는 살균제와 방부제 등으로 쓰인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