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담보대출 설정비 10조원 환급 소송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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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聯, 7월 부당이득 반환소송 제기
은행 "공정위 약관 따랐다…100% 책임 없어"
은행 "공정위 약관 따랐다…100% 책임 없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비자가 부담했던 근저당 설정비를 돌려달라는 10조원 규모의 단체 소송이 벌어지게 됐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은 대출 거래 때 근저당 설정비를 은행이 아닌 소비자가 부담한 것에 대해 오는 7월께 공동 반환소송을 제기하겠다고 6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간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소송 참가자를 2개월간 모집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설정비를 직접 부담한 고객에게는 금리를 깎아준데다 공정거래위원회 승인까지 거친 약관을 사용했기 때문에 소송 대상이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부당이익 반환해야"
이번 소송의 직접적인 계기는 서울고등법원의 지난달 판결이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6일 "공정위가 2008년 마련한 은행 여신 관련 표준약관이 정당하다"며 16개 은행에 대해 패소 판결했다.
개정 여신 표준약관은 '대출 거래 때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고 인지세도 은행과 고객이 절반씩 부담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2008년 이를 시중은행에 배포하면서 "표준약관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이를 약관에 명시해야 하며 어길 경우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밝혔고 은행들은 소송을 냈다.
조남희 금소연 사무총장은 "서울고법 판결은 은행들이 직접 부담해야 할 근저당 설정비와 감정비,인지대 등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약관이 무효라는 것"이라며 "이런 사정을 모르고 설정비를 부담했던 소비자들이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도록 공동 소송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서울고법 판결은 공정위의 표준약관 사용권고 조치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일 뿐 이전 약관이 무효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은행권의 현재 약관에 대한 무효 판단까지 내려지면 소비자들이 원상회복,즉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송 규모 10조원대 이를 수도
지난 10년간 소비자들이 직접 부담한 근저당 설정비는 최소 10조원에 달할 것이란 게 금융계의 예측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2005년 이후엔 근저당 설정비가 연간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실제 소송에 들어가면 금융권 최대 송사가 되는 셈이다.
은행들은 반발하고 있다. 우선 근저당권 설정비를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은행의 사내 변호사는 "고객이 직접 설정비를 부담할 경우엔 은행에서 대출이자를 깎아줬기 때문에 은행이 부당이익을 냈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또 고객과 은행이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거래한 부분이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익을 독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변호사는 "은행이 대출을 해줄 때 공정위에서 인증해준 약관에 따랐을 뿐"이라며 "그 약관이 잘못됐다고 해서 은행에 전적인 책임을 물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장이 접수되면 그때 대응 수위를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년간 거둬들인 부당이익을 돌려달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은행들은 "상법에 따른 상사채권 소멸시효가 5년인데 청구권 기간도 지나치게 길다"며 반발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