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건데 상은 무슨…." 어버이날(8일)을 맞아 '장한 어버이'로 선정돼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순금 여사(98)는 수상자 선정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김 여사의 사위인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이 지난 5일 전남 강진 생가를 찾아 '장한 어버이상' 선정 소식을 전한 자리에서다.

보건복지부는 김 여사 등 장한 어버이,효행자,효행 청소년 등 169명을 올해 어버이날 유공자로 선정,8일 훈 · 포장과 표창을 수여한다. 김 여사는 21세 때 강진의 가난한 농가로 시집와 어려운 가정을 꾸려가며 25년간 시부모를 공양하고 장남인 김 회장을 포함,9남매를 훌륭히 키워내 주민들로부터 효부로 칭송받았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고령에도 기부와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어머니께서는 자식들에게 부지런함의 중요성을 시간날 때마다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도 "한국 나이로 백수(白壽 · 99)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밭에 직접 나가 농사일을 했다"고 전했다. 실천으로 보여준 김 여사의 근면 · 절약 정신은 자식과 손자들에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청소년 시절 밭일을 도우며 집에서 4㎞나 떨어진 강진농고를 걸어서 다니면서도 결석 한번 하지 않았다. 또 김 회장이 장남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참치 원양어선을 직접 타도록 했던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박 부회장은 "장모님은 자식들을 키우면서 '남한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로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며 "부지런함을 몸에 달고 사시며 자식들을 위해 소리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라고 설명했다. 형제들이 많은 만큼 특히 우애를 신신당부했다고 박 부회장은 전했다.

지난 3월27일 목포에서는 김 여사의 한국나이 99세 생일을 기념하는 백수잔치가 열렸다. 이 자리엔 9남매와 손자,증손자 등 80여명의 가족이 모였다. 박 부회장은 "어머님이 강조해오신 우애가 다시 한번 확인된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어버이날에는 1980년부터 31년간 지역사회 노인과 청소년을 위해 후원을 해온 김윤철 씨(69)와 27년간 폐질환을 앓는 부친과 치매 모친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이민규 씨(54)가 각각 '효행자'로 뽑혀 국민훈장 동백장과 목련장을 받는다. 또 뇌출혈로 거동이 불편한 시아버지를 10년 가까이 보살피고,치매와 소화기질환을 앓는 시어머니를 보살펴 병세를 호전시킨 이숙연 씨(66)에게는 국민훈장 석류장이 수여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신의 장기를 시부모에게 나눠준 며느리,1급 장애인 남편의 손발이 되어준 아내 등이 상을 받는다"며 "경로효친을 실천한 이웃에 대한 포상이 진정한 효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