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격 폭락…글로벌 증시 '비상'
국제 원자재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은값은 이달 들어 25% 하락했다. 5일(현지시간)엔 원유 금속 농산물 등 모든 원자재 가격이 폭락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대한 공포는 증시로 전염돼 뉴욕 증시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19개 원자재지수로 구성된 CRB상품지수는 이날 4.9% 떨어져 2년 만에 하락폭이 가장 컸다.

원자재 가격 폭락을 촉발시킨 상품은 은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은 7월물 선물가격은 온스당 36.24달러로 8% 하락했다. 지난달 말 고점인 48.59달러에 비해 25.4% 떨어졌다.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8.6% 내린 배럴당 99.80달러로 마감해 50여일 만에 다시 100달러가 붕괴됐다. 금(2.44%) 주석(7.0%) 구리(3.3%) 코코아(4.6%) 옥수수(3.0%) 등 다른 원자재들도 동반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증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이날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1.10% 떨어졌다. 6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45% 하락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33.19포인트(1.52%) 내린 2147.45에 마감했다. 장중 2.14% 급락하며 2133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상품시장이 패닉에 빠진 표면적인 이유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동결과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였다. ECB가 6월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을 시사하자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전주보다 4만3000명 늘어난 47만4000명으로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6일 미 노동부가 지난달 24만4000개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고용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상품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고 미 증시는 1% 상승 출발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지표의 변화가 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되는 것은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일시적으로 매도에 나서면서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태완/김유미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