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걸은 지령(人傑地靈)'이란 말이 있다. 사람의 운명은 태어나 자란 산천의 기운에 의해 결정된다는 공간적 운명론이다. 중국 당나라 복응천이 지은 설심부(雪心賦)에는 '인걸은 산천의 기운을 받아 태어나는데,산천이 생기를 띠고 좋은 모양을 갖고 있으면 휼륭한 인재를 배출한다. 산이 수려하면 귀인이 나고 물이 좋으면 부자가 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인걸은 지령'을 잘 보여주는 말이 있다. '조선 선비의 반은 영남에서 나고,영남 인재 가운데 반은 선산(善山)에 있다'는 것이다. 선산은 예로부터 선산 김씨,해평 윤씨가 명문가를 이루며 대대로 살아온 고장이다. 길재의 성리학이 김숙자 김종직 등으로 이어지며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요즘도 '인걸은 지령'을 알 수 있는 유명한 마을이 있다. 춘천시 서면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박사마을'로 알려져 있다. 1600여가구에서 102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전국 면 단위 지역에서 박사 학위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이다.

풍수적으로는 어떤 곳이 걸출한 인물을 배출할까. 자연은 아무곳에서나 기(氣)를 응집시켜 지덕(地德)을 발동하지는 않는다. 부지를 에워싼 주변 산세가 사람이나 동물 같은 모양에 비유될 수 있을 때라야 복을 준다. 부지 앞쪽의 안산이 책을 펼쳐놓은 옥책안(玉冊案)을 닮았으면 이 터는 신선이 불을 밝히고 독서에 열중하는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의 명당이다. 한 나라의 동량이 되는 대제학과 같은 큰 인물과 학자가 배출된다고 한다. 붓과 같이 뾰족한 모양의 산인 문필봉(文筆峰)이 주변에 있으면 문장가가 난다.

인재를 배출하는 풍수지리는 기업에도 적용된다. 사람이 곧 기업인 까닭이다. 국가의 발전은 탁월한 정치가에게 달려있고 기업의 성장은 유능한 경영자에게 달려있다는 점은 똑같다. 어떤 기업이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려면,신입사원 선발은 물론 직무교육의 요람인 연수원 터가 중요하다. 인재가 자라고 강해지는 터에 입지해야 한다.

예로부터 연수원 터는 '옥녀직금형(玉女織錦形)' 명당이 가장 좋다고 한다. '옥녀가 베틀에 앉아 비단을 짜는 모양새'의 땅이다. 혈장(연수원) 앞쪽의 안산은 누에를 닮은 잠두안(蠶頭案)이어야 한다. 안산이 누에를 닮았으니 이 누에는 곧 하얀 고치를 만들고,옥녀는 이 고치에서 실을 뽑은 후 베틀에 실을 얹어 비단을 짤 게 분명하다. 비단은 귀한 옷감이니 왕족이나 벼슬 높은 관리만 입을 수 있다. 이런 곳은 우수한 인재를 뽑아 쓸 만한 인물로 길러내는 연수원의 입지 조건과 성격에 가장 잘 맞는다.

이런 터라도 혈의 앞쪽에는 반드시 침사수(沈絲水)에 해당하는 연못이나 저수지가 있어야 한다. 물이 없다면 우물을 파야 한다. 베틀에서 비단을 짤 때 실에 자주 물을 뿜어줘야 실이 끊기지 않듯 연못이나 저수지가 있어야 대를 이어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