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분에 판가름나는 1300억원 규모의 베팅.'

'스포츠에서 가장 짜릿한 2분(greatest two minutes in sports)'이 시작된다. 8일(한국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처치힐다운스 경마장에서 막을 올리는 '켄터키 더비'.올해로 137년 된 세계 최대 경마대회다. 단판 승부에 나서는 20마리의 말이 달릴 레이스 트랙은 2.01㎞.이 2분 남짓의 질주에 15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려 1억1270만달러(1290억원)를 베팅한다. 대회 총상금은 218만5200달러이며 우승상금만 142만5200달러다.

◆말산업으로 먹고 사는 켄터키주

켄터키주는 켄터키 더비를 발판으로 경마의 '메카'로 떠올랐다. 주 정부는 경마산업이 40억달러의 경제 효과를 유발하고 있으며 8만~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경마와 승마 등으로 인한 관광산업까지 합칠 경우 켄터키주에 미치는 말산업의 경제 효과는 100억달러를 웃돈다.

켄터키에는 총 32만마리의 말이 있다. 국내에 있는 말이 2만8000여마리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켄터키에서는 말이 거래되는 금액만 연간 1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해외 수출로도 2003년 1억27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말 공원 운영만으로 2억4000만달러나 벌어들인다. 켄터키 더비 관광객들이 숙박,식음료,기념품 구입,입장료 등으로 쓰고 가는 돈만 해도 2억1700만달러다. 지난해에는 대회 당일 폭우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15만5804명이 처치힐다운스로 몰려들었다. 주 정부는 2009년부터 경마장에 '비디오 도박'까지 허용해 연간 6억2700만달러의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월드시리즈 능가하는 시청률

NBC가 중계하는 켄터키 더비의 시청률은 지난해 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 결과 10.3%를 기록,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뉴욕 양키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간 3차전 경기 시청률(9.8%)을 능가했다. 지난달 열린 마스터스골프대회의 시청률 10.4%와 비슷했다.

NBC는 켄터키 더비 중계를 위해 지난해부터 5년간 4400만달러의 거액을 베팅했다. NBC는 켄터키 더비를 동계 및 하계올림픽과 함께 주요 3대 스포츠 콘텐츠로 선정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NBC는 올해부터 켄터키 더비와 함께 '트리플 크라운'으로 불리는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preakness stakes)와 벨몬트 스테이크스(belmont stakes)를 2015년까지 독점 중계하게 됐다. 그동안 벨몬트는 ABC가 중계해왔다. 트리플 크라운의 시청률에서도 켄터키 더비가 최고다. 프리크니스는 지난해 절반 정도인 5.3%였으며 벨몬트는 2.7%에 그쳤다.

◆여성들을 위한 스포츠로 포지셔닝

켄터키 더비는 도박성이 강한 경마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여성들을 대회장으로 끌어들여 우아하고 화려한 스포츠 종목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다. 대회장에는 한껏 멋을 부린 여성 관객들이 나타나 분위기를 띄운다.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레드 카펫 행사,패션쇼,요리경연대회 등 여성 고객을 겨냥한 다양한 이벤트도 연다.

기업들의 후원도 줄을 잇고 있다. 루이빌에 본사가 있고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으로 유명한 '염(YUM)! 브랜드'는 지난 1월 5년간 계약을 연장했다. 최소 연 200만달러를 후원한다.

또 NBC가 트리플 크라운을 독점 중계하면서 중단됐던 '트리플 크라운 보너스'도 부활될 조짐이다. 그동안 크라이슬러,비자카드 등이 트리플 크라운에 500만달러의 보너스를 내걸었으나 2005년부터 중단됐다.


◆ 트리플 크라운

5주간 3개의 톱 클래스 경마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켄터키 더비는 루이빌의 처치힐다운스(2.01㎞),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핌리코경마장(1.91㎞),벨몬트 스테이크스는 뉴욕의 벨몬트파크(2.41㎞)에서 열린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