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의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노후자금이 부족한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후 부동산 자산을 줄여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주거를 전원주택 농촌 교외 등으로 옮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중산층 중에서도 실버타운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그렇다면 은퇴자들이 자신의 집에서 거주하는 것이 나은가,아니면 실버타운과 같은 집단 거주시설을 만들어 이동하는 방법이 좋은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 주거시설 종류에 따른 은퇴자의 생활스타일,행복 수준,비용,가족관계,정부 재정 부담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대학 기업들이 수도권과 지방에 대규모 실버타운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 시점에서 고민해 볼 만한 주제다.

많은 은퇴자들은 자신이 오랫동안 거주했던 친숙한 지역에서 가능한 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은퇴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간병 식사 취미 여가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기에는 매우 불편하며 병원에 가기 힘들거나 사회와 단절된 탓에 주거지를 옮기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는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스웨덴의 사례를 살펴보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스웨덴의 노인들은 대부분 실버타운이나 요양시설보다는 집에서 노후생활을 보낸다. 65세 이상 노인 중 94%가 집에 거주하며 80세 이상 노인의 16%만이 요양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왜 이렇게 실버타운과 같은 시설보다는 일반 주택에서 거주하는 비율이 높을까. 우선 정부 재정의 입장에서 보면 노인들이 실버타운과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것보다 일반 주택을 편리하게 개조해 사는 게 비용이 절반 이상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노인들은 최대한 한 곳에서 생활할 수 있어야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반 주택을 조금 수리해 노인생활에 적합하게 바꾸고 간병서비스를 제공해주면 국가재정도 절감하고 은퇴자의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결과가 스웨덴에서 발견된 것이다. 노인들이 집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손잡이를 설치하고 휠체어를 타며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넓히고
[우재룡의 준비된 은퇴] 스웨덴 은퇴자가 자기 집에 사는 이유
서랍 높이와 싱크대를 낮추는 방향으로 주택을 개조해 사는 것이다. 이에 따른 비용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지원 금액은 제한이 없다.

스웨덴의 경우 노인이 간병시설에 입원해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 1일 평균 230달러가 들어가지만 주택을 개조하는 데는 평균 2200달러의 수리비가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은퇴자가 간병시설에서 열흘 정도만 생활하면 주택을 개조해 지내는 것보다 비용이 더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 은퇴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노후 주거계획이다. 국가재정뿐만 아니라 행복한 은퇴생활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은퇴 후 어디서 거주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