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부터 효력정지 결정을 받은 재건축 · 재개발 조합이라도 사적인 계약업무는 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2009년 말부터 효력정지 제재가 적용되면서 '사업마비'가 우려됐던 재건축 · 재개발 조합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구광현 서울서부지법 단독판사는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북아현동 2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 손모씨 등 임원 4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손씨 등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동의서를 받기 위해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비를 지급한 것을 업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조합은 지난해 2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주민들의 재개발 사업 동의율을 부풀렸다는 이유로 설립인가처분 취소와 함께 항소심 판결 선고시까지 인가처분에 대한 효력을 정지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서대문구도 같은 달 "조합업무를 정지하라"고 행정지도했다.

손씨 등은 이후 판결을 뒤집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다는 명목으로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기 위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5억여원을 지급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 판결을 어기고 조합원에게 재산상 부담이 되는 대외적 업무수행을 했다"며 손씨 등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설립인가처분에 대한 효력정지는 조합이 공법인으로서 가지는 권리와 의무를 잠정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일 뿐"이라며 "이와 무관한 조합의 사법적 법률행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서대문구의 행정지도도 비권력적인 행위일 뿐 아무런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합설립인가와 관련한 소송은 "재개발 · 재건축 조합은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는 2009년10월 대법원 판결로 민사법원에서 행정법원으로 넘어갔다. 민사판결에서는 조합설립 무효선고가 나도 확정판결 전까지 조합 업무가 가능했으나 행정법원에서는 '효력정지'를 가했다.

이에 따라 효력정지에 따른 조합 업무의 제한이 어느 범위까지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조합을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의 전준용 변호사는 "사업시행이나 관리처분 신청 등 공적 업무 외에 용역계약 등 사업추진을 위한 다른 사적인 업무는 가능해져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조합설립 취소 등 재건축 · 재개발 관련 소송은 2009년 332건에서 지난해 466건으로 늘었으며 올 들어서도 79건이 제기됐다.


◆ 효력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 확정 판결 전 해당 처분으로 인해 긴급하고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예상되는 경우 처분의 효력을 잠정 중지시키는 법원의 결정.재개발 · 재건축에서는 2009년 말부터 서울행정법원이 조합설립인가 취소소송을 맡으면서 적용하기 시작했다.


임도원/심성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