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볼 때 천천히 걷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서둘러 걷다 넘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시장 충격과 과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준금리 인상이 너무 빠르지도,느리지도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신중한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을 의식한 듯 발언 말미에는 "물가안정 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금리 정상화 의지는 확고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를 '5월 기준금리 인상 신호'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11월 이후 한 달씩 건너뛰면서 징검다리식 금리 인상을 해온 점에 비춰봐도 5월에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은은 작년 11월 연 2.25%인 기준금리를 2.5%로 인상한 데 이어 올 1월과 3월에도 각각 0.25%포인트씩 올렸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지난달 한 차례 쉬었던 만큼 연 3%인 기준금리를 연 3.25%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이후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4%대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3±1%)의 상단을 벗어나 있다는 것도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불안 요인이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에 변화된 대외 여건들이 변수다. 금리를 동결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 경기지표가 꺾일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 등은 금리 인상에 부담 요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둔화를 우려해 지난주 금리를 동결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5월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는 이번주(13일 · 금요일)에 열린다. 금통위원 6명은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와 신중론을 취하는 '비둘기파'로 나뉘어 격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 '5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던 김 총재가 13일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회의 때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관심이다.

이번주에는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지표들이 나온다. '4월 생산자 물가지수'(9일)와 '4월 수출입 물가지수'(13일)가 그것이다. 도매가격을 나타내는 생산자물가는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생산자 물가는 올 들어 매달 상승폭을 키우며 3월에는 작년 동월 대비 7.3%까지 급등했다. 2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번 오르면 쉽게 잡히지 않는 생산자 물가의 특성을 감안하면 소비자 물가도 당분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수입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3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19.6%(전년동월대비)에 달해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에는 '4월 고용동향'이 발표된다.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지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해 경기호조로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면서 올 들어서도 취업자는 매달 30만~40만명씩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청년 실업률인데,3월에는 작년 2월 이후 최고치인 9.5%까지 상승했다. 연초 졸업 시즌을 맞아 청년층의 구직활동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지만 최근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한 것을 감안하면 청년 실업률은 쉽사리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정종태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