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를 해결하려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이 가계부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고용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일자리가 많아져 소득이 증가하면 빚을 갚을 능력이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보다 상환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지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첫번째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다. 한국의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46%로 전년 말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가처분소득을 모두 빚을 갚는 데 써도 1년 반이 걸릴 정도의 부채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7년 136%,2008년 139%,2009년 143% 등으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2007년 136%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120%로 낮아졌고 영국도 2007년 170%에서 2008년 167%,2009년 160%로 하락했다.

두 번째 지표는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이다. 가계가 보유한 예금과 보험 및 연금,채권,주식 등을 합친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소득이 없더라도 자산이 있으면 부채 상환 능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관점에서 작성하는 지표다.

한국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007년 2.31에서 2008년 2.1로 낮아졌지만 2009년 2.27,2010년 2.32로 회복됐다. 부채보다 자산이 큰 폭으로 늘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과는 반대의 흐름이다.

하지만 전체 가구의 29.7%는 금융자산보다 많은 금융부채를 안고 있어 취약부문의 위험성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선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팀장은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를 많이 가진 가구는 짧은 시간에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부족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