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계업계 거물들이 잇달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국이 세계 명품시계 업계의 새로운 소비처로 떠오른 덕분이다. 일부는 한국시장에 새로 뛰어들기 위해 한국을 찾고,이미 진출한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명품시계 시장을 직접 점검할 목적으로 방한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보베'의 오너인 파스칼 라피 회장이 한국시장 진출을 기념해 오는 12일 방한한다. 보베는 당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국내 첫 매장을 낸다. 보베는 가장 저렴한 엔트리급이 4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시계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보석시계는 3억7000만원을 웃돈다.

보베의 국내 유통을 맡은 배재통상 관계자는 "한국의 명품시계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최근 보베 본사가 한국 진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내달 1일에는 프랑스 시계 브랜드 미셸 에블랑의 오너인 피에르 미셸 에블랑 회장과 스위스 명품 위블로의 장 클로드 비버 CEO가 한국을 찾는다. 미셸 에블랑은 TV 드라마 '로열패밀리'에 출연한 차예련의 시계로 잘 알려진 브랜드.가격대는 80만~150만원 수준이다. 에블랑 회장은 6월1일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리는 한국 론칭 기념파티에 참석한 뒤 국내 매장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비버 CEO도 국내 딜러인 엠앤비아이앤씨 관계자들과 만찬을 함께하며 한국시장 전략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8일에는 리치몬트그룹 산하 명품시계 브랜드인 예거르쿨트르와 랑게운트죄네를 책임지고 있는 제롬 램버트 CEO가 방한한다. 램버트 CEO는 서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 마련된 이들 브랜드의 부티크를 둘러본 뒤 한국 시장 전략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일환 예거르쿨트르 · 랑게운트죄네 브랜드 매니저는 "예거르쿨트르의 한국시장 성장률이 중국과 1,2위를 다툴 정도로 높게 나오자 CEO가 한국 방문을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7월에는 루츠 베이커 몽블랑 CEO(4일)와 장 클로드 바빈 태그호이어 CEO(11일)가 온다. 베이커 CEO는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국내 주요 매장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만에 한국을 찾는 바빈 CEO는 그동안 갤러리아 천안점,신세계 충청점 등 새로 낸 매장을 돌아보고 한국시장 전략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리치몬트그룹에서 IWC와 로저드뷔를 담당하는 조지 컨 CEO도 연말께 한국을 찾을 계획이다.

글로벌 시계업계 CEO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중요한 시장으로 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시계 매출 증가율은 2008년 44%,2009년 19%,작년 37.6%에 이어 올 1~4월엔 43.2%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도 2008년 이후 매년 30%가 넘는 매출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IWC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국내에 '명품시계 붐'이 일면서 한국은 IWC의 국가별 매출 기준으로 6위권에 오른 상태"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한국시장에 대해 본사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