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근 전 부원장보 "`금감원 때리기' 과열됐다"
"금융회사 감사에 금감원 출신자 원천배제는 지나쳐"

금융감독원 `낙하산 감사'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돼 최근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에서 사퇴한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8일 "내가 낙하산 감사 문제의 `속죄양'이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 전 부원장보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덮어놓고 금감원 출신은 금융회사 감사를 하면 안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며 "금감원의 `감사추천제'를 폐지한 것은 옳지만 개인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감사 공모에 지원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이 우리나라의 금감원에 해당하는 금융감독청 직원의 재취업 규제를 푼 사례를 들면서 "금감원 출신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꼴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불공정한 관행(금감원의 감사추천제)을 바로잡겠다고 헌법이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공정하지 못하다"며 "나를 마지막으로 낙하산 감사 문제가 일단락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4일 발표한 자체 조직쇄신 방안에서 금감원이 임직원 가운데 금융회사 감사 적임자를 추천해 내려 보내는 감사추천제를 폐지할 뿐 아니라 임직원에 대해 금융회사의 감사 선임 요청이 들어와도 모두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이 개인 차원에서 금융회사 감사가 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자칫 `국민정서법'에 얽매인 나머지 금융감독 전문인력을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이 전 부원장보의 주장이다.

그는 "금융 전문가로서 금융회사의 외형확장과 경영진을 견제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금감원의 직원이 (금융회사 감사의) 가장 적임자일 수밖에 없다"며 "금감원 출신자의 상당수는 (감사 선임을) 공모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감사로 내정됐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절차상 승인을 남겨둔 과도기적 상태에서 자신이 물러남으로써 금감원 조직과 금감원 출신 현직 금융회사 감사들에게 가해지는 `과도한' 압박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는 "임직원의 청렴도 관리에 소홀했고 비리를 예방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질책받아야 하지만, 금감원이 마치 `비리집단'처럼 비치는 건 안타깝다"며 "앞뒤 재지 않고 때리는 것은 지나치다.

이제 금감원이 반성하고 다시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해 최근의 `금감원 때리기'가 다소 과열됐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금감원에 권한이 너무 집중돼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등에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현재 나타난 문제점이 체제의 잘못인지, 운용의 잘못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감독·검사 권한을 분산하더라도) 분명한 역할 분담이 전제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