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 맞히지 못했지?"

지난 6일 저녁 7시 개각 발표 직후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개각 인선 과정에서 철벽보안을 지켰다는 것을 자랑삼아 얘기한 것이다.

실제 이날 개각 뚜껑이 열리자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완전히 맥이 풀렸다. 열흘 정도의 개각 취재 전쟁에서 청와대에 완패를 당했다. 기자들은 낙점자들을 알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두드렸지만 참모들은 개각의 '개'자만 나오면 입을 꽉 다물었다. 때문에 기자들은 인사 내용을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리스트에 올려놓고 전화를 돌렸다. 결과는 허사였다. 장관 내정자 중 단 한번이라도 언론의 하마평에 오른 사람은 없었다. 언론이 이렇게 오보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개각에 큰 관심을 가진 것은 대통령의 인사는 통치행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취재가 안되는 상황에서도 부담을 안고 개각 관련 기사를 비중있게 보도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출입기자의 숙명이다.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마치 김영삼 정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김 전 대통령은 "언론에 후보자로 오르면 '없던 일'로 하겠다"며 '깜짝인사'를 했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까지 공언하지 않았지만 인선 과정은 매번 '크렘린'이었다.

과연 이런 철통보안 인사가 정답일까. 현 정부 개각의 결과를 보면 '아니다'가 답이다. 현 정부 들어 청문 대상자 중 무려 8명이 중도 낙마했다. 극히 일부 참모가 인선과정을 주무르면서 특정 인맥 중용,보안 유지에 따른 부실 검증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극도의 보안 속에서 진행한 검증 과정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내용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게 다반사였다. 언론을 통한 사전 검증 과정을 거치면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주장해 왔지만 현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례적으로 저녁에 개각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당일 오후의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보고 개각 내용을 결정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문제다. 민심을 거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심은 '4 · 27 재 · 보선'에서 이미 드러났었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