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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3개 권력기관의 책임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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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거가 남아있으니 누가 옳은지는 확인해보면 알겠죠."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대형비리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두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금융감독원,감사원 등 세 기관이 지난 6일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책임 떠밀기는 감사원이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1983억원 불법대출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고,감사원 역시 분식회계 감사 결과를 지난 3월 검찰에 전달해 줬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시기는 지난 3월,감사원과 금감원의 주장대로라면 검찰은 '늑장수사'를 벌인 꼴이 된다. 검찰은 즉각 들끓었다. 대검 중수부는 바로 "금감원은 불법대출 사실을 알고도 정식 수사의뢰 절차를 밟지 않았고,감사원은 검찰이 요청한 후에야 1쪽짜리 감사결과서를 넘겨줬다"며 반격에 나섰다.

    서로의 주장은 달랐지만 요지는 같았다. 상대 기관이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고,확인해보면 자신이 억울하게 몰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얘기였다. 검찰 관계자는 "여론 악화로 갑갑한 심정은 알겠는데,지금 자기들은 할 거 다 했다는 거냐"며 "큰 문제가 있으면 정식으로 검찰에 수사의뢰나 고발을 했어야지,'통보'라는 애매한 말은 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금감원이 밝혀냈다는 불법대출 건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특수목적회사에 대한 4조5942억원 대출건과는 무관한,저축은행에서 흔한 대출 문제"라며 "그 건에 대해 수사는 했지만,뱅크런이 우려돼 살아있는 저축은행을 '통으로' 수사하기는 어려웠다"고 반론했다.

    금감원과 감사원도 할 말이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보 받았으면 수사하면 되지,수사의뢰나 고발이 아니었다느니 하는 절차적 용어가 중요한 거냐"고 불쾌해했다. 감사원 역시 "의결 전 해당 사실을 공표할 수 없었을 뿐이지 검찰에 감사결과는 결국 전달했다"고 밝혔다.

    권력 기관 세 곳이 벌이는 '진실게임'에서 아직은 잘잘못을 분명히 가리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이번 공방을 지켜보면서 기자에게 들려준 제3자의 이 한 마디가 일반 국민의 심정을 적절하게 나타내는 듯하다. "지금,다들 자기네가 다칠까봐 '폭탄돌리기'를 하나 보군요. "

    이고운 지식사회부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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