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키스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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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론에 따르면 인류는 사과 덕에 태어났다. 그리스 신화 속 왕자 파리스가 황금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주지 않았다면 트로이전쟁은 안 생겼을 테고,윌리엄 텔에게 아들 머리 위의 사과를 맞히라는 끔찍한 일을 시키지 않았다면 스위스 독립전쟁도 없었을지 모른다.
뿐이랴.뉴튼의 사과는 만유인력 발견을,백설공주의 사과는 왕자와의 만남을 이끌어냈다. 세잔의 사과는 20세기 현대미술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상징주의 화가 모리스 드니는 '보통 화가의 사과는 먹고 싶지만 세잔의 사과는 마음에 말을 건넨다'고 극찬했다.
비틀스의 애플스튜디오를 거쳐 잡스의 애플까지 세계를 뒤흔드는 걸 보면 사과엔 뭔가 알 수 없는 마력이 숨겨져 있는 모양이다. 장미목 장미과에 속하는데 실제 효력도 만만치 않다. 비타민 C와 칼륨 · 나트륨 · 칼슘 등이 풍부해 고혈압을 예방하고 위액 분비를 도와 소화와 철분 흡수율을 높인다. 하루 한 알씩 꾸준히 먹으면 병원 수입을 줄인다는 말도 있다.
사과 종류는 700여가지.일본 아오모리(靑森)현을 중심으로 다양한 신제품(?)이 개발된다. 합격사과를 처음 고안해낸 것도, 썩지 않는 무농약 사과를 재배해낸 것도 그곳이다. 기무라 아키노리 씨가 벌레를 손으로 잡고 분무기에 식초를 넣어 뿌리거나 식용 기름으로 나무껍질을 닦는 노력 끝에 성공했는데 풍미와 과즙이 뛰어난 건 물론 잘라서 아무 데나 둬도 썩거나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엔 배구공(무게 1.5㎏)만한 사과(개당 149만원)도 키워냈다.
사과는 한국의 대표적인 과일이다. 과실수 재배면적의 25%,과일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문제는 거의가 일본품종이란 것.과거엔 국광 · 홍옥 · 후지 · 쓰가루 등 10여 종을 재배했으나 1992년께부터 후지와 쓰가루로 대체됐다. 농촌진흥청이 만든 국산품종 '홍로'가 이제 겨우 시장을 비집고 있다는 정도다.
이런 마당에 키스하기 전 먹으면 입냄새를 없애주는 '키스(kiss)사과'가 개발될지 모른다고 한다. 그동안 사과 개량은 당도 제고에만 초점을 맞춰왔는데 농진청 한 연구원이 입냄새 제거 성분이 있는 '키스 사과'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는 것이다. 성공하기만 하면 이름만으로도 대박이 날 게 틀림없다. 걸핏하면 존폐 문제가 거론되는 농진청이다. 성공을 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뿐이랴.뉴튼의 사과는 만유인력 발견을,백설공주의 사과는 왕자와의 만남을 이끌어냈다. 세잔의 사과는 20세기 현대미술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상징주의 화가 모리스 드니는 '보통 화가의 사과는 먹고 싶지만 세잔의 사과는 마음에 말을 건넨다'고 극찬했다.
비틀스의 애플스튜디오를 거쳐 잡스의 애플까지 세계를 뒤흔드는 걸 보면 사과엔 뭔가 알 수 없는 마력이 숨겨져 있는 모양이다. 장미목 장미과에 속하는데 실제 효력도 만만치 않다. 비타민 C와 칼륨 · 나트륨 · 칼슘 등이 풍부해 고혈압을 예방하고 위액 분비를 도와 소화와 철분 흡수율을 높인다. 하루 한 알씩 꾸준히 먹으면 병원 수입을 줄인다는 말도 있다.
사과 종류는 700여가지.일본 아오모리(靑森)현을 중심으로 다양한 신제품(?)이 개발된다. 합격사과를 처음 고안해낸 것도, 썩지 않는 무농약 사과를 재배해낸 것도 그곳이다. 기무라 아키노리 씨가 벌레를 손으로 잡고 분무기에 식초를 넣어 뿌리거나 식용 기름으로 나무껍질을 닦는 노력 끝에 성공했는데 풍미와 과즙이 뛰어난 건 물론 잘라서 아무 데나 둬도 썩거나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엔 배구공(무게 1.5㎏)만한 사과(개당 149만원)도 키워냈다.
사과는 한국의 대표적인 과일이다. 과실수 재배면적의 25%,과일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문제는 거의가 일본품종이란 것.과거엔 국광 · 홍옥 · 후지 · 쓰가루 등 10여 종을 재배했으나 1992년께부터 후지와 쓰가루로 대체됐다. 농촌진흥청이 만든 국산품종 '홍로'가 이제 겨우 시장을 비집고 있다는 정도다.
이런 마당에 키스하기 전 먹으면 입냄새를 없애주는 '키스(kiss)사과'가 개발될지 모른다고 한다. 그동안 사과 개량은 당도 제고에만 초점을 맞춰왔는데 농진청 한 연구원이 입냄새 제거 성분이 있는 '키스 사과'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는 것이다. 성공하기만 하면 이름만으로도 대박이 날 게 틀림없다. 걸핏하면 존폐 문제가 거론되는 농진청이다. 성공을 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