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관한 모든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민속박물관을 만들 겁니다. 지금 우리의 이야기도 문화적 맥락 속에서 정리해 놓아야죠. 후손들이 21세기의 위대한 선조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말이죠."

공모를 통해 9일 국립민속박물관 수장에 오른 천진기 관장(49 · 사진)은 "올림픽 · 월드컵 ·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개최,세계 10대 경제대국 진입 등 역사적으로 우리 시대만큼 훌륭하고 멋진 때는 없었던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1979년 국내 대학에 민속학과(안동대)가 개설된 지 32년 만에 이 학과를 졸업한 최초의 국립민속박물관장인 그는 국립중앙박물관,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민속박물관(민속연구과장)등 세 문화재 관련 기관을 두루 거쳤다. 동물 민속을 전공해 연말연시에 한 해의 띠 풀이 학자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아직 젊은 나이에 대임을 맡게 돼 한편으로는 두렵고 송구스럽지만 민속박물관의 미래를 위해 맹진하겠다"며 "특히 민속박물관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민속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중요 문화재 기관입니다. 연간 230만명의 관람객 중 130만명이 외국인 관광객이에요. 전체 외국인 관광객 7명당 1명꼴로 민속박물관을 찾고 있습니다. 문화재 관련 기관에서 외국인 관람객이 가장 많아요. 그런데도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습니다. 민속박물관의 본래 역할과 기능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야죠."

민속박물관의 숙원사업으로는 '자기 건물 갖기'를 꼽았다.

"민속박물관이 개관 이래 60년간 남의 집을 쓰며 옮겨다녔고,지금 있는 집도 경복궁 정비계획에 따라 비워줘야 합니다. 국격과 역할에 걸맞은 전용공간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이전과 관련해 여러 안을 놓고 협의 중인데 서울 용산공원(용산 주한미군 기지)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

그는 다문화(多文化)와 타문화(他文化)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도 민속박물관이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나라인데도 '아더 컬처(other culture)',즉 타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인류문화의 보편성을 이해하고 이바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요. 국내 다문화 현상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야죠. 앞으로는 '다민족 가족 구성원들'이 중추역할을 할 텐데 이들에 대한 조사 연구도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