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그닥 다그닥.' 승마는 말과 함께 호흡하며 하나가 되는 레포츠다. 한때 '귀족 스포츠'로 불렸지만 최근 곳곳에 승마장이 생기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됐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의 유일레저타운에서 승마를 체험해봤다.

◆몸무게 680㎏ 인디언 종마와 함께

마을 입구의 '마장리'라는 표지판부터 예사롭지 않다. 현상훈 유일레저타운 대표는 "이곳 마장리는 조선시대 제주도에서 태어난 말을 데려와 군마로 훈련시키던 장소"라고 말했다.

오늘 타게 될 말은 열 살짜리 수컷 '찰리'.미국산 페인트호스 종으로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타던 말이다. 키 170㎝에 몸무게 680㎏의 찰리는 좌우대칭의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서 있었다.

승마바지와 조끼를 입고 부츠를 갖춰 신은 뒤 헬멧 끈을 조이고 나니 실감이 났다. 타이트한 바지가 엉덩이와 허벅지를 조여왔다. 말의 왼편에서 고삐와 안장을 단단히 잡은 후 등자(발걸이)에 왼발을 걸고 올라탔다. 말 위에 앉은 높이가 3m는 될 듯하다. 땅을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3m 높이에서 말갈기 휘날리며

승마에서는 말을 믿고 교감하는 게 중요하다. 말과 하나가 되려면 사람도 곧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정면을 바라보세요"라는 김성중 교관의 일성이 터져나왔다. 긴장한 채로 고삐를 잡았다. 교관이 고삐를 앞으로 끌자 찰리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이른바 '평보'다. 말은 고삐를 잡아당기는 쪽으로 걷는다. 고삐 양쪽을 모두 당기며 "워워워" 하면 멈춰선다.

어금니를 붙이고 "쯧쯧쯧" 소리를 내자 찰리가 빠르게 걷는다. 사극에 나오는 구호 '이랴'가 아니었다. 박차를 가했더니 더욱 빨라진다. 시속 10㎞ 이상의 속도를 지상 3m 높이에서 달리는 기분.그렇게 10여분 '속보'로 달렸을까. 자세가 흐트러지자 찰리는 엉뚱한 방향으로 달렸다. "워워워." 40여분간의 초보 승마 훈련을 마치고 말에서 내리니 온몸에 땀이 흐르고 허벅지 안쪽 근육이 뻐근하다.

초보자는 한 번에 50분 이상 타기 어렵다. 속보도 앉아서 달리는 '좌속보'에 익숙해진 뒤 등자를 밟고 엉덩이를 든 채로 달리는 '경속보'에 입문할 수 있다. 시속 50~60㎞까지 달리는 '구보'는 최소 10회 이상 평보와 속보를 연습한 뒤 말과 온전히 호흡할 수 있을 때 시도할 수 있다.

말에서 내려 '찰리'를 끌고 마방으로 들어가다가 잠시 한눈을 파는 순간 '찰리'는 육중한 다리로 내 오른발을 밟았다. "아악" 비명이 터져나온다. 교관이 "잠시라도 말에 집중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다"고 한마디 했다.

◆세상 넓게 보는'눈높이 교육'에 도움

현 대표는 "승마는 척추를 잡아주는 전신운동으로 운동량의 70%가 하체,30%가 상체에 분산된다"며 "말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운동이어서 우울증이나 지체장애 치료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스포츠다. 아이들이 말 위에 올라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보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승마 강습은 쿠폰제로 운영된다. 유일레저타운에서 10회 쿠폰 가격은 50만원.레슨비 20만원은 별도다. 전국 각지의 승마장에서도 비슷한 가격으로 배울 수 있다. 한국마사회의 '전국민 말타기 운동'을 '호스피아(www.horsepia.com)'에서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