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스타일] 나도 윌리엄·케이트처럼…
다음달 결혼하는 예비 부부 김주현(32) · 조은영(29) 커플은 아직도 혼수용 선물을 결정하지 못했다. 철야가 기본인 소프트웨어 업체 개발팀과 대기업 재무팀에서 일하는 탓에 '평일 쇼핑'이 불가능한데다 주말엔 신혼집을 구하는 데 '올인'했기 때문이다.

석 달에 걸친 탐색 끝에 지난 주말 전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김 · 조 커플.이제 그동안 미뤘던 '혼수 쇼핑'에 나설 차례다. 이들이 찾은 곳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최신 혼수 트렌드에 대해 밝지 못한 이들을 위해 신세계 강남점 컨시어지팀의 박송이 팀장이 몇가지 '팁'을 건넸다. 신세계백화점 주요 점포에 있는 컨시어지팀은 VIP 고객들의 쇼핑을 돕는 업무와 함께 예비 부부들을 위한 '혼수 컨설팅'도 담당하고 있다.

박 팀장의 첫번째 팁은 '하나를 사더라도 좋은 제품으로 장만하라'는 것.마음이 가는 품목에 혼수 예산을 집중하라는 얘기다. 두 번째 팁은 '시계,보석,예복의 경우 평소에도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모델을 고르라'는 것이다. 그래야 큰 돈 들여 구입한 예물의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게 박 팀장의 설명이다.

박 팀장은 "요즘 혼수 트렌드는 가지 수를 줄이는 대신 시계 가방 등 평소에도 자주 쓰는 일부 품목에 예산을 집중한다는 것"이라며 "평소에 눈여겨봤던 명품 브랜드를 혼수 쇼핑하는 김에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웨딩&스타일] 나도 윌리엄·케이트처럼…
시계는 이런 혼수 트렌드의 최대 수혜 품목이다. '명품시계 열풍' 현상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고가 시계를 찾는 예비 신랑 · 신부가 늘고 있어서다. 롤렉스 까르띠에 오메가 등 '예물시계 3인방'의 인기는 여전하다. 여기에 크로노스위스 브라이틀링 몽블랑 태그호이어 IWC 샤넬 등이 예물시계 시장을 놓고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30대 후반에 '짝'을 찾는 만혼과 재혼이 크게 늘면서 예거르쿨트르 바쉐론콘스탄틴 등 고가 시계를 찾는 이들도 확대되고 있다.

예물용 보석은 '심플'이 대세다. 몇 년 전만 해도 신부용 보석으로 다이아몬드,사파이어 등 유색석,진주 등으로 3세트(반지 목걸이 귀걸이가 1세트를 이룸)를 마련하는 사람이 많았지만,요즘에는 다이아몬드 1세트만 준비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 평소에 큼직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착용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여성 중 상당수는 티파니 까르띠에 불가리 반클리프아펠 등 명품 브랜드에서 나오는 금반지나 스톤헨지처럼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 뛰어난 브랜드 제품으로 혼수용 보석을 대신하기도 한다.

핸드백은 최근 들어 신부를 위한 예물 품목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이템.인기 브랜드로는 샤넬 루이비통 에트로 등이 꼽힌다. 채정원 신세계 명품잡화 바이어는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혼수로 사랑받는 전통 브랜드는 물론 최근 젊은 감성으로 부상하고 있는 에트로도 혼수용 상품으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예비 신랑을 위한 혼수로는 시계와 함께 지갑 만년필 라이터 등 액세서리 제품이 있다. 최승수 신세계 잡화 담당 바이어는 "남성용 액세서리는 한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몽블랑이나 S.T.듀퐁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예비 시어머니를 위한 혼수로는 모피가 1순위다. 한두 푼짜리가 아닌 만큼 모질은 부드러운지,털의 색상은 균일한지,통밍크인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진도,근화 등 국내 브랜드는 700만~1000만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펜디,사바띠에 등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은 2000만원 안팎을 줘야 손에 넣을 수 있다. 모피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겐 조끼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조끼는 정장,캐주얼 등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데다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한 게 장점이다.

박 팀장은 "과거에는 반상기나 이불이 시부모님을 위한 필수 혼수품이었지만 최근에는 건강검진권이나 골프용품,아웃도어 상품으로 대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시부모님의 취미와 성향에 따라 '맞춤형 혼수'를 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