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9일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 'BB-'에서 'B'로 두 단계 강등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가 재정악화로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구제금융 신세를 졌던 아일랜드까지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S&P는 이날 성명서에서 "그리스가 EU로부터 지원받은 800억유로의 만기를 연장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며 "신용등급은 향후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써 그리스는 벨라루스와 함께 유럽에서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국가로 추락했다. S&P의 발표 이후 그리스와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격차는 0.17%포인트 확대된 12.50%포인트까지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에 대해 300억유로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추진 중이다. 그리스가 민간 은행들로부터 빌린 빚을 갚기 위해서는 내년에 300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지만 신용도가 떨어져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7일 브뤼셀에 모여 그리스의 추가 지원 방안을 협의키로 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EU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이날 그리스의 재정상태에 대한 정밀감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아일랜드도 EU와 IMF에 구제금융 금리의 인하를 공식 요구하고 나서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11월 EU와 IMF로부터 85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면서 연 5.8%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반면 1100억유로를 받은 그리스는 4.8%의 이자만 내고 있다.

이와 관련,팻 레빗 아일랜드 에너지 장관은 현지방송인 RTE에 출연,"개인적으로 일부 빚을 탕감받는 등 채무 재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리스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일랜드 언론들은 이날 구제금융 금리가 지금보다 최소한 1%포인트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BBC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주도 국가들이 구제금융 금리를 낮춰주는 대신 아일랜드 정부에 법인세율 인상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유럽 최저 수준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