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강국을 향해…한국판 DHL 키우자] (2) 슬로베니아, 삼성·현대차 물류 유치…소득 3만弗 시대 '눈앞'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2) 물류로 승부하는 유럽국가들…'중부유럽 물류관문' 코퍼항
종합물류기지로 급부상
글로비스 끌어들여 성장 날개
동유럽 운송거리 짧아 선호…LG전자·포스코도 잇따라 진출
경제성장 견인차
물류산업, GDP의 7~10% 차지
1인당 소득 2만5000弗…2만 달러 한국보다 훨씬 높아
종합물류기지로 급부상
글로비스 끌어들여 성장 날개
동유럽 운송거리 짧아 선호…LG전자·포스코도 잇따라 진출
경제성장 견인차
물류산업, GDP의 7~10% 차지
1인당 소득 2만5000弗…2만 달러 한국보다 훨씬 높아
이탈리아반도와 발칸반도 사이에 있는 중부유럽의 신생국 슬로베니아의 코퍼항.한국의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가 2006년 한국에서 체코 현대자동차,슬로바키아 기아자동차 현지 공장으로 가는 조립용 부품과 유럽 수출용 현대 · 기아 완성차를 운송하는 물류기지로 삼은 곳이다.
김기철 현대글로비스유럽 사업개발 차장은 "아드리아해의 다른 항구들도 물색했지만 코퍼항에서는 글로비스가 요청할 경우 선박에서 특정 컨테이너를 긴급 하역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어 선택하게 됐다"며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구는 세계적으로 코퍼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선박 하역에는 6시간에서 최장 24시간 걸리는데,급한 물품은 하루빨리 운송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일본 소니와 한국 삼성전자,LG전자,포스코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뒤따라 진출하면서 코퍼항은 '중부유럽의 물류 관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레고르 베셀코 코퍼항만청장은 "코퍼항 컨테이너 처리량은 2002년 11만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인근 이탈리아 트리에스테항 18만5301TEU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연평균 2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2007년부터 추월했다"면서 "작년에는 47만6731TEU로 트리에스테항(30만TEU로 추정)을 크게 앞섰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말에는 김재신 외교통상부 차관이 중부유럽을 방문하면서 코퍼항만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베셀코 청장은 코퍼항 남쪽에 약 36억유로(5조6000억원)를 들여 항구 규모를 지금보다 3분의 1가량 확장하는 사업에 현대와 삼성 LG 등 한국 대기업이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해 해당 기업들이 투자를 검토 중이다.
코퍼항의 야적장에는 최근 한국 일본 터키 등지의 공장에서 제조돼 바다를 건너 온 승용차들이 유럽 각 소비국에 대한 운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포티지,i30,액센트 등 현대 · 기아차의 승용차들이 60~70%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GM,일본 닛산,도요타,미국 포드 등을 포함해 줄잡아 3000대가량이 눈에 띄었다.
이 차들은 다시 철도나 도로 등 운송망을 통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폴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 등 인근 유럽 14개국의 현지 고객들에게 전달된다. 김 차장은 "글로비스가 운송하는 현대 · 기아 차량이 지난해 유럽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물동량도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작년에 코퍼항을 통해 운송된 자동차는 37만8318대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자동차 외에 정보기술(IT)제품,목재,축산물,과일,석탄 등 코퍼항에서는 원유와 액상가스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물류를 취급한다. 삼성전자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을 통해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현지 공장으로 조립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등을 보내다 작년부터 코퍼항으로 경유지를 바꿨다. 포스코도 2007년 유럽지역에서는 최초로 이곳에 연간 물동량 50만t 규모의 물류센터를 준공해 기아차와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유럽 현지 공장에 강판 등을 운송하고 있다. 코퍼항에 들어오는 물동량 가운데 슬로베니아로 가는 물량은 30% 수준이고,나머지 70%는 다른 유럽국가로 운송된다.
코퍼항의 부상은 국가 전체 경제발전에도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코퍼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산업은 슬로베니아 국내총생산(GDP)의 7~10%를 차지하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1인당 GDP는 현대글로비스가 처음 진출한 2006년 1만9400달러로 한국(1만9706달러)보다 낮았지만,이듬해부터 추월했다. 지난해에는 2만5000달러로 추정돼 한국(2만164달러)보다 훨씬 높았다. 2008년엔 2만7000달러를 웃돌기도 했으며,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춤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인구 200만명의 슬로베니아는 코퍼항을 앞세워 올해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한 이 나라는 북쪽은 오스트리아,동쪽은 헝가리,남쪽은 크로아티아에 가로막혀 있다. 서쪽 이탈리아 접경선 아래 불과 42㎞ 길이의 지중해 북부 아드리아해안으로 간신히 바다와 통한다. 유럽연합(EU) 가입국 가운데 가장 짧은 해안을 갖고 있는 슬로베니아 유일의 항구가 바로 코퍼항이다.
그런데도 코퍼항이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김찬호 한국해양수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 북부항에 비해 동유럽으로의 내륙 운송거리가 500㎞가량 짧은 지정학적 이점,2004년 EU 가입,그리고 코퍼항만청의 적극적인 화주 유치와 정부의 육성책이 더해져 슬로베니아가 강소국으로 급성장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퍼(슬로베니아)=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