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피자는 빠르고 싸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는 정서적 친밀감은 없다. "

패트릭 도일 도미노피자 최고경영자(CEO)가 평가한 15개월 전 회사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현재 260만명의 페이스북 팬을 갖고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친근하고 믿을 수 있는 회사로 자리잡았다. 실적 개선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도미노피자의 성공적 변신의 계기는 '피자 턴어라운드'라는 마케팅 캠페인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캠페인에 도미노는 수천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고객 불만족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고객의 참여'가 핵심 아이디어였다.

도미노는 턴어라운드 캠페인 기간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접수받아 이를 광고에 그대로 내보냈다. 주요 내용은 "도미노피자는 마분지 같다,먹어본 피자 중 최악이다,다시 맡고 싶지 않은 향기다" 등이었다. 처음 이 광고가 나가자 회사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FT는 "회사의 실수를 인정한 대담한 마케팅이 고객들을 되돌아오게 했다"고 분석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켈턴연구소 공동창업자인 톰 번탈은 "많은 회사들이 좋아지고 있다고 흔하게 광고한다"며 "극단적 고백을 담은 도미노피자의 광고가 고객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캠페인을 주도한 패트릭 도일은 "실망한 고객과 도미노피자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도미노피자는 고객의 불만을 공개하는 동시에 이를 받아들여 밀가루,치즈,소스까지 다 바꿔나갔다. 또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캠페인도 진행했다. 피자포럼을 만들고 고객들이 만든 피자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이를 제품 개발에 활용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콘테스트에 입상하면 1000만원을 상금으로 주고 이를 신제품으로 만드는 행사를 했다.

그 결과 캠페인 시작 당시 40만명이던 페이스북 팬은 현재 260만명으로 늘어났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 주가는 캠페인을 시작할 때에 비해 150% 올랐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보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피자헛 같은 경쟁사를 압도했다.

캠페인 이전에도 도미노피자는 고객과의 소통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09년 4월 미국 한 매장에서 직원 2명이 사고를 쳤다. 피자 재료를 콧구멍에 넣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찍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것.동영상은 하루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도미노피자는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 48시간도 안 돼 도일 CEO가 직접 공식 사과하는 동영상을 제작,유튜브에 올렸다. 위기 발생 때 CEO가 늑장 대응하다 화를 키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나 소니 등과는 달랐다. 도일 CEO는 고객들이 느낀 감정을 자신도 느끼고 있음을 솔직히 표현하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 결과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었던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뿐만 아니라 도미노피자의 대응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