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환경이 나날이 급변하면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변화 속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은 같은 기업에서 대체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것이다.

대체재란 '특정 효용을 달성하기 위해 대신 쓸 수 있는 관계에 있는 재화'를 말한다. 볼펜과 연필,콜라와 사이다가 대체 관계다. 이런 재화의 대체 관계를 생각하면,한 기업에서 대체재를 함께 생산하는 것은 제 살 깎기식의 경영이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볼펜 만드는 공장에서 연필을 만들면 볼펜의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같은 기업에서 대체재를 함께 생산하는 현상이 보편화돼 가고 있다. 자사 제품이 새 기술을 바탕으로 한 타사의 신제품으로 대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자사 제품을 대체하는 신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유선 환경에 기반해 영업활동을 벌인 회사가 무선사업부를 신설한다든가,대형 서점들이 전자책 사업에 뛰어드는 현상,오프라인 입시 학원을 운영하던 교육업체들이 온라인 인터넷 강의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이 대체재를 함께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의 전형적인 예다.

이런 경영 방식은 기업이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대체재 생산 과정에서 내부의 적,즉 부서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규 사업부의 매출이 커질수록 기존 사업부의 역할은 점점 작아질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기존 사업부 구성원들의 비중과 역할이 축소되고,자신들의 인사고과와 성과보상에 직접적인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신규 사업부의 성장을 달가워할 리 없다.

하지만 신사업부의 조속한 정착은 회사 전체적인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사업부와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대체품을 계속 생산해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사내 갈등은 새롭게 떠오른 과제다. 만약 기존 사업부와 신사업부 간의 갈등 심화로 적시에 신제품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면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최근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이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부서 간 갈등은 있었다. 하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 과거에는 상호 의존성에 기반한 갈등이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앞선 생산라인이 적시에 부품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뒤의 생산라인에 차질이 발생하게 되는데,이 과정에서 유발되는 갈등을 말한다. 이런 종류의 갈등은 통합관리자의 지시만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두 부서의 이익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대체재를 생산하는 두 부서는 목적과 이익구조가 전혀 다르다. 이들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단순 조정기구 설치나 통합관리자 도입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발생 원인을 없애는 데 있다. 대체재를 생산하는 두 사업 부문 간의 이익구조를 일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두 부서의 성과 평가를 분절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두 부서의 협조가 성과 평가에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도록 성과 보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변경해야 한다.

그래서 두 부서 구성원들의 목표가 해당 사업부의 업무 성과 못지 않게 두 사업부 간의 협조에 달려 있음을 인지시키고,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사양 사업에 속한 기존 사업부의 구성원 중에서 신사업부로의 이동을 희망하는 직원의 경우 두 부서의 업무 협조 과정에서 높은 성과를 보인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는 시스템을 제시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에 부합하는 대체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야 한다. 따라서 대체재를 생산해 내는 부서 간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이들 부서 간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업 문화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다.

박정호 유비온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TESAT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