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급락했던 국내 증시가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9일 코스피지수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전 주말 대비 8.28포인트(0.39%) 하락한 2139.17로 마감됐다. 낙폭은 제한적이었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리가 확산되면서 장중 변동성은 오히려 확대됐다.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추세선을 이탈한 데다 거래마저 크게 줄어 당분간 저점을 확인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단기 조정 지속될 듯"

기술적 분석상 증시 조정은 이달 중순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코스피지수가 한 달 반 만에 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밀려난 데다 이날 조정으로 5일 이동평균선(2179.39)과 20일선(2168.43) 간 '단기 데드크로스(역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이사는 "최근 2년간 데드크로스 발생 이후 코스피지수가 단기 저점을 확인하기까지 평균 9~12일이 소요됐다"며 "이달 중순까지는 1차 조정 이후 한 차례 반등한 뒤 다시 한번 더 바닥을 확인하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20일선과 60일선 간 이격도가 지난 4일 정점을 기록한 뒤 하락 반전하고 있어 상승 추세로 전환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설명이다.

거래량이 줄고 있다는 점도 단기 반등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5조8748억원으로 6일(8조6019억원)의 70% 수준에 그쳤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10조원을 넘나들던 거래대금이 1주일 새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에너지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동평균선 간 이격도를 의미하는 'MACD오실레이터'와 주가가 어느 정도 수준에 위치하는지를 보여주는 '스토캐스틱' 등 단기 추세를 나타내는 기술적 지표들도 모두 약세로 반전해 추가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옵션만기일까지 변동성 확대

대부분의 전문가가 코스피지수 2100선을 지지선으로 꼽고 있지만 수급 변화에 따라 저점이 낮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10일 징검다리 휴일 이후 옵션만기일(12일)과 금융통화위원회(13일)가 예정돼 있어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외국인은 이날 692억원의 현물(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선물시장에서는 8073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지난 3일 이후 나흘 만에 3조원에 달하는 선물을 팔아치웠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추가 선물매도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기관이 지금처럼 선물을 덜 사거나 현물을 매수해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릴 경우 프로그램 매물 규모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동안 차익거래 대신 합성선물을 매수하고 선물을 매도했던 외국인들이 만기일 포지션 청산에 나설 경우 매물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선물매도에 따른 베이시스 하락으로 만기일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 매도가 당초 예상했던 5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시적인 수급 교란으로 코스피지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저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 수의 차이를 나타내는 ADL(등락주선)이 지난 3월 저점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를 크게 웃도는 흐름이 반복되면 저점이 임박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 데드크로스

dead cross.단기 이동평균선이 하락하면서 장기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오는 현상을 말한다. 상승 국면에서는 기술적 분석상 약세장으로의 추세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