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좌초 위기] 정부, 소득세 감면 사실상 포기…법인세 인하 마저 '흔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업 투자유도 감세정책 당정 불협화음
의료개혁, 한·미 FTA 비준안도 불투명
의료개혁, 한·미 FTA 비준안도 불투명
"감세(減稅)고 뭐고 이젠 다 틀렸다. "
한나라당 원내 사령탑에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적이었던 비주류 세력이 당선된 지난 6일,정부 한 당국자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 원내대표를 맡은 황우여 의원이 취임 일성으로 "법인세 · 소득세의 추가 감세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관계자는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고 했다.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의 근간을 이루던 감세가 사실상 물건너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정부가 임기 말 국정 과제 마무리를 위해 추진하는 각종 입법안들 역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감세 결국 철회되나
정부가 경기회복을 앞당기고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한 감세 내용은 과세표준 2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와 연 소득 88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각각 2%포인트 낮추는 것이다. 법인세율은 22%에서 20%로,소득세율은 35%에서 33%로 내리자는 것.당초 2010년부터 인하할 계획이었으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2012년으로 적용 시기가 늦춰졌다.
하지만 여당 원내 지도부는 이마저도 없었던 일로 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감세 철회로 생긴 세수(약 5조원)를 서민 지원을 위해 쓰자는 것이 명분이다. 하지만 4 · 27 재 · 보선 패배에 따른 민심 달래기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자감세 공격을 피하기 위한 두 가지 포석이 감안된 것이라는 게 정부와 여당 안팎의 해석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작년 10월 여당 내 감세 논쟁이 벌어졌을 때는 지도부와 청와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불씨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소득세율 최고구간 인하는 사실상 철회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미 몇몇 나라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소득세율을 올린 사례가 있다"며 "여당 내부에서조차 소득세에 대해선 감세를 철회하자는 의견이 대다수여서 현행 세율대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는 최후보루"
반면 법인세 감세 철회만큼은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생각이다.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대외적인 약속일 뿐 아니라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재정부 관계자)이라는 이유에서다. 법인세를 올리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으며 오히려 경쟁적으로 낮추는 추세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재정학자들도 법인세만큼은 철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 주류다.
여당 내에서도 법인세율 철회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린다. 세를 넓혀가고 있는 친(親)박계를 중심으로 법인세 인하는 예정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법인세 철회는 여당 내에서조차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달 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감세 철회를 놓고 정치권의 정부 공격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박 내정자도 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만큼 당분간 정부와 정치권 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감세 철회론이 힘을 받으면서 내년 세제개편안을 논의할 올해 가을 정기국회에서는 법인세 최고구간에 대해서도 감세 철회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다른 입법 과제도 줄줄이 벽에 부딪쳐
여당 원내 지도부가 바뀌면서 감세뿐만 아니라 현 정부 초기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각종 개혁 법안 처리도 사실상 물건너갈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산업 개혁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 선진화 법안,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도 처리가 한층 불투명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 안에 워낙 많은 목소리가 존재해 여당이 보이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정부가 법안을 만들어 여당에 가져가면 당정협의를 거쳐 단일안을 만들고 야당을 설득했으나 앞으로는 여당을 설득하는 것이 야당을 설득하는 것 못지않게 어렵게 생겼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한나라당 원내 사령탑에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적이었던 비주류 세력이 당선된 지난 6일,정부 한 당국자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 원내대표를 맡은 황우여 의원이 취임 일성으로 "법인세 · 소득세의 추가 감세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관계자는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고 했다.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의 근간을 이루던 감세가 사실상 물건너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정부가 임기 말 국정 과제 마무리를 위해 추진하는 각종 입법안들 역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감세 결국 철회되나
정부가 경기회복을 앞당기고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한 감세 내용은 과세표준 2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와 연 소득 88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각각 2%포인트 낮추는 것이다. 법인세율은 22%에서 20%로,소득세율은 35%에서 33%로 내리자는 것.당초 2010년부터 인하할 계획이었으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2012년으로 적용 시기가 늦춰졌다.
하지만 여당 원내 지도부는 이마저도 없었던 일로 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감세 철회로 생긴 세수(약 5조원)를 서민 지원을 위해 쓰자는 것이 명분이다. 하지만 4 · 27 재 · 보선 패배에 따른 민심 달래기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자감세 공격을 피하기 위한 두 가지 포석이 감안된 것이라는 게 정부와 여당 안팎의 해석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작년 10월 여당 내 감세 논쟁이 벌어졌을 때는 지도부와 청와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불씨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소득세율 최고구간 인하는 사실상 철회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미 몇몇 나라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소득세율을 올린 사례가 있다"며 "여당 내부에서조차 소득세에 대해선 감세를 철회하자는 의견이 대다수여서 현행 세율대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는 최후보루"
반면 법인세 감세 철회만큼은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생각이다.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대외적인 약속일 뿐 아니라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재정부 관계자)이라는 이유에서다. 법인세를 올리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으며 오히려 경쟁적으로 낮추는 추세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재정학자들도 법인세만큼은 철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 주류다.
여당 내에서도 법인세율 철회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린다. 세를 넓혀가고 있는 친(親)박계를 중심으로 법인세 인하는 예정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법인세 철회는 여당 내에서조차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달 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감세 철회를 놓고 정치권의 정부 공격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박 내정자도 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만큼 당분간 정부와 정치권 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감세 철회론이 힘을 받으면서 내년 세제개편안을 논의할 올해 가을 정기국회에서는 법인세 최고구간에 대해서도 감세 철회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다른 입법 과제도 줄줄이 벽에 부딪쳐
여당 원내 지도부가 바뀌면서 감세뿐만 아니라 현 정부 초기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각종 개혁 법안 처리도 사실상 물건너갈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산업 개혁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 선진화 법안,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도 처리가 한층 불투명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 안에 워낙 많은 목소리가 존재해 여당이 보이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정부가 법안을 만들어 여당에 가져가면 당정협의를 거쳐 단일안을 만들고 야당을 설득했으나 앞으로는 여당을 설득하는 것이 야당을 설득하는 것 못지않게 어렵게 생겼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