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개혁 TF'에 금융인은 없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학계로만 13명 구성…'탁상공론' 우려
임채민 총리실장 "업무 추진 방식·관행 시정"
임채민 총리실장 "업무 추진 방식·관행 시정"
정부가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 감독과 유착,불법 인출 사태로 비판받고 있는 금융감독원을 개혁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면서 민간 위원을 전부 교수로 구성했다. 혁신 '대상'이 될 금감원 측이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금융회사 등 업계 의견을 전달할 창구가 없다. 이 때문에 자칫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 나오는 등 탁상공론이 벌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탁상공론 TF 우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9일 '금융감독 혁신을 위한 TF'에 참가할 위원 1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 7명이 민간인이고 6명은 관계 기관 공무원이다.
TF 팀장은 임 실장과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공동으로 맡기로 했다. 공무원으로는 임 실장과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안양호 행정안전부 2차관,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추경호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참가한다.
나머지 민간인 6명은 모두 교수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김홍범 경상대 교수(이상 경제학),선우석호 홍익대 교수,신인석 중앙대 교수,조명현 고려대 교수(이상 경영학),정영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등이다. 공동팀장인 김 교수를 포함하면 7명이 교수인 셈이다.
국무총리실은 TF를 구성하면서 "민간 위원들은 오랜 기간 금융 및 금융감독 분야를 연구해 왔고 실무 경험도 갖췄다"며 "금융 외에 법학 전공자도 포함해서 필요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또 "총 인원 13명 중 정부보다 민간에서 참여하는 수가 1명 더 많도록 구성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금융사,금감원은 완전 배제
하지만 실질적으로 민간 인사가 전원 '교수'라는 점에 대해 금융계 안팎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그간 이런 TF를 만들 때는 의례적으로 각 업계 중앙회 관계자라도 참가시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이번엔 업계의 의견은 말 그대로 비공식적으로 '참고'만 하고 공식적인 발언권은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TF는 1주일에 한 번 회의를 통해 6월 중 단기적 실천방안을 발표키로 했다. "(민간) 위원들은 풀타임으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총리실은 밝혔지만 촉박한 시간에 쫓기다 보면 행정 기관의 업무 처리와 논리,자료 확보 등을 장악하고 있는 공무원들(정부 측) 입장에 동조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감원의 참여가 배제된 것도 논란거리다. 임 실장은 "금감원은 대책을 수립하는 대상(혁신 대상)이기 때문에 직접 위원에 참여하기보다는 의견을 수렴해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금감원도 같은 생각이며,의견은 100% 듣고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 TF에 참여하고 싶다는 소리는 우리가 못하지만 금감원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얼마나 현실적인 개혁안이 나올까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독점 구도 깨질까
TF에서 어떤 혁신 내용을 발표할지도 관심이다. 임 실장은 "금감원의 업무 추진 방식이나 관행을 우선 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직원들의 청렴성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재취업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한국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에 금감원과 마찬가지의 금융회사 감독 · 검사권한을 줄 것이냐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간 전문가들과 금융업계에서는 금감원의 독점적 감독 · 검사 권한이 결국 금감원을 부패시킨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상은/남윤선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