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은 38년 역사를 가진 '펀드 베테랑'으로 통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총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형운용사 중 주식형 펀드 3년간 누적수익률 1위를 기록(지난달 29일 기준)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으로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이 매년 코스피지수 200을 상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펀드의 덕목인 '장기 안정적인 성과' 면에서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펀드대상 종합대상'을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거머쥐기도 했다.

이런 운용 성과에 힘입어 주식형 수탁고 규모도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전체 주식형펀드 규모가 20%가량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운용은 전체 주식형펀드의 신규 설정액 점유율 19%를 유지하며 수탁고가 15%(1조1700억원) 증가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이런 추세는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주식형펀드 수탁고에서 업계 2위를 탈환했다.

한국운용의 성장은 개별 펀드들의 성과로 확인되고 있다. 적립식펀드의 대명사가 된 '한국투자 삼성그룹 적립식 펀드'는 2005년부터 매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성과를 내며 4조원 규모(1 · 2호 통합)로 성장했다.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펀드1호'와 '한국투자 한국의 힘 펀드' 역시 모두 지난 4년간 벤치마크인 코스피200 수익률을 연평균 10%포인트 이상 초과했다. 특히 한국의 힘펀드는 작년 한 해만 수탁고가 7000억원 이상 불어나며 삼성그룹주펀드와 네비게이터펀드에 이어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한국운용이 시장 상황에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운용사 가운데 최초로 도입된 인하우스(in-house · 내부 부서) 리서치 조직의 기업가치 분석능력과 팀(team) 중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매년 300회가 넘는 애널리스트 기업탐방과 투자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리서치팀이 철저한 보텀업(bottom-up) 접근방식에 의해 기업가치를 분석하면,이를 토대로 운용팀과 토론 및 설득의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다. 리서치팀과 운용팀 간의 신뢰 및 긴장관계 속에 활발한 토론 과정을 통해 집단적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운용 프로세스가 한국운용의 문화로 정착됐다. 이처럼 사전에 합의된 과정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일관된 운용 프로세스를 지키도록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익률 제고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운용은 해외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 운용 노하우를 해외 펀드에 적용시키고자 해외 펀드의 직접운용체계를 강화했다. 2006년 베트남 호찌민사무소를 연 데 이어 2009년에는 홍콩법인을 설립, 범중화권 지역에서의 직접운용 역량을 쌓아왔다. 올 들어서는 상해 리서치센터를 열고 중국 본토펀드의 독자 운용을 준비하며 현지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현지 운용사 또는 합작 운용사를 설립, 현지 자금 모집 및 운용을 담당하는 업무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머징마켓인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직접운용 체계를 차례로 갖추어 나가는 모습이다.

이처럼 아시아지역의 해외마케팅 라인업을 마치고 글로벌 종합자산운용사로서 도약한다는 게 한국운용의 야심찬 청사진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