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비리,감독당국의 금융사와의 유착 및 부실감독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금융업은 일반 산업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의 돈을 관리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금융업에서 비리가 발생할 위험이 많다. 그런 위험과 금융회사의 부실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를 잘 검사 · 감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에 의한 금융 검사 · 감독은 잘 수행되기 어렵다. 그 이유는 관료제 특성 때문이다. 관료제는 절차를 중요시한다. 어떤 금융회사가 잘못됐을 때 그 금융회사를 담당했던 금융감독자가 절차만 지켰으면 책임추궁을 잘 받지 않으며,절차에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처벌이 비교적 관대하다. 이것은 2002년 '신용카드 대란'과 관련해 부실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정부가 취한 조치에서 잘 드러난다. 380만명의 신용불량자와 260조원의 가계부채를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등 3개 기관에 대한 주의경고와 금감원 부원장의 인사조치가 전부였다.

또 다른 이유는 금융감독자는 특정 금융회사에 대한 불리한 정보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적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자는 금융회사의 부정을 찾아내거나 허위 사실을 밝히는 데 소극적이 된다.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태만 봐도 그렇다. 감사원이 2010년 1월 금감원 감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징후를 알아채고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에 공동 재조사를 권고했지만 재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치권의 압력 때문이었다. 이것은 당시 감사원장이었던 김황식 총리가 올해 2월 국회에서 답변한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 당국이 막강한 권한을 가질 때 감독 부실과 감독당국의 도덕적 해이는 더욱 악화된다. 지금의 금융감독 시스템은 금융위원회가 금융정책,금융감독,인허가 등의 권한을 모두 갖는 독점적 시스템이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 금융감독위원회의 기능에 재경부의 금융정책 기능,금융정보 분석 기능을 통합하고,금융회사 감독을 집행하는 기관인 금융감독원을 산하에 두었다. 실질적으로는 집행기관인 금융감독원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다. 어쩌면 이런 시스템에서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예견됐던 일인지 모른다.

금융비리 발생 위험을 줄이고 금융회사의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법을 저지른 대주주와 경영자,그리고 금융회사와 유착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은 금융감독자를 확실히 처벌해야 한다. 누구든 잘못을 저지르면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감독 당국의 조직과 기능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는 현재 금융감독원의 감독 · 검사권을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로 분산시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개혁하자는 논의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중복 검사 · 감독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관료제의 폐해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이 같은 방향의 개혁은 차선책이 될지 모르지만 최선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힘을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정부에 의한 감독보다는 시장에 의해 금융회사가 감독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돈의 주인인 예금자나 투자자가 금융회사를 감시 감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정부의 금융감독은 이런 시장규율의 보완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정부보다는 시장에 맡겼을 때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금융시장의 안전성이 더 좋았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안재욱 < 경희대 대학원장·경제학 / 객원논설위원 >